[에세이]
심억수 충북시인협회장


지난 토요일 회색 빌딩의 도심 풍경에 익숙한 일상에서 청주시 중앙로에 조성된 소나무 길을 걸으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청주시 중앙로 청소년 거리는 중앙동도시재생추진위원회가 주민들과 협력해 차 없는 거리의 일원으로 조성했다고 한다. 무질서한 불법주정차를 해소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청소년광장과 소나무와 어우러지는 물길을 조성해 시민이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었다.

청소년 거리를 조성하면서 많은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주민들이 합심해 함께 이뤄 낸 결과이기에 자부심도 크다는 중앙동주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나무를 바라보았다. 예로부터 소나무의 푸름은 군자의 덕을 상징했다. 역경에 굴하지 않는 용기를 지닌 선비의 표상을 지닌 소나무를 도심 한 복판에서 만날 수 있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솔 향에 코끝이 간지러운 토요일 오후 소나무 길에서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다. 청소년 거리에 적합한 프리마켓과 청주의 공예도시 이미지와 연계한 예술 프리마켓은 지역의 프로 및 아마추어 수공예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수공예품, 화초, 재생비누 등 자활센터에서 참여한 수공예마켓과 사진, 뷰티 초상화 등 시연을 보이는 아트마켓 그리고 마술, 댄스, 노래 등 공연마켓,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마켓 등으로 작가와 시민의 문화예술 창작활동과 교류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재생이란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 주거 환경 악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심 지역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고 창출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으로 부흥시키는 사업을 말한다. 청주 중앙동 청소년거리는 문화와 예술이 접목됐기에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청주시 중앙동 상권이 청소년을 위한 작은 도서관, 청소년들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인터넷카페, 청소년상담센터, 소규모 공연장, 체험학습장 등 청소년과 연계한 문화와 예술 그리고 도시재생이 어우러진 문화산업지구로 탈바꿈하고 있다. 구도심 공동화로 한때 누구도 손댈 수 없이 추락하던 중앙동에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건 지역 주민들이 협력해 도시재생 사업의 인프라를 구축한 효과일 것이다.

옛 중앙극장자리 청소년 광장 야외무대에서 음악가들의 연주회와 사단법인 예술나눔과 청주문화원 등 민간 예술단체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공연을 펼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문화쉼터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것은 미래의 청주, 청소년을 사랑하는 중앙동 주민의 열린 마음의 결과라고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청주 중앙동의 사람들이 함께 보듬어 안으며 살아온 희망의 이야기가 소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다. 과거와 미래가 버무려진 소박한 사람들의 맑은 미소가 솔 향에 찬란하다. 소나무와 꽃들이 그들만의 몸짓으로 청주 중앙로를 정겹게 가꾸고 있다.

청소년들이 소나무 길을 걸으며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마음을 기르고 청소년광장에서 문화 활동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배워서 조화로운 삶의 질적 향상을 갖는 계기의 장으로 승화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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