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

최대 근로시간이 1주일에 52시간으로 제한되는 근로시간단축 1단계 시행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장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반면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지, 임금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근로시간 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명실상부 선진국 경제로 도약하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살아가는 상황에서 야근이 미덕이 되는 산업화 시대의 인식을 유지할 수는 없다. 시행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법정 단축시기에 임박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정부는 이런 방향 속에서 지난 2개월간 관계부처TF,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노동시간단축 현장안착 지원 대책’을 마련해 지난 5월 발표했다. 기업의 신규채용과 재직자 임금감소 보전비용을 지원하고 근로시간을 조기에 단축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공공조달 △정책자금 지원 △외국인근로자 배정 시 우대 등의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또 컨설팅 등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 향상 및 일하는 방식 개선을 지원하고 구인수요에 대해서는 별도 관리하며 일자리매칭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기업이 재직자의 임금감소분을 보전한 경우에는 업종과 규모에 따라 재직자 1인당 월 10만~40만원을 1~2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신규채용 인건비 지원이나 임금감소 보전액 지원은 한시적이다. 근본적으로 사업장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시간당 생산성 향상은 근로자가 자기계발에 투자하거나 집안일을 돕거나 취미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여유시간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구 선진국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 즉 워라밸이 가능한 것은 생산성 향상이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오래되고 익숙한 것에 ‘변화’를 주는 것은 어렵다. 과거 주5일제를 도입할 때도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슬기롭게 새로운 제도를 안착시킨 경험이 있고, 지금은 수혜를 누리고 있다. 지금 추진하는 근로시간단축도 노·사·정 모든 주체가 힘을 모아 안착시킬 때 노동자에겐 삶의 질 제고가, 기업엔 생산성 향상이, 청년에게는 일자리 확대가 보장될 것이다. 이번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생산성 향상에 대한 노사 모두의 고민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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