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류지봉 충북NGO센터장


지난 주 토요일 세 명의 초등학생 손님들이 충북NGO센터를 찾아 왔다. 운천신봉동에서 부모와 학생들이 함께 활동하는 단체의 학생 기자들이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온 것은 아니고 평소 센터에 관심을 가진 부모님의 권유로 오긴 했지만,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센터가 하는 일에 대해 요모조모 물어보았다. NGO가 하는 공익활동에 대해 대화하는 가운데 아이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에 대해 물어 보았다. 민주주의는 공산당의 반대라고 답한 학생이 있었다.

내 초등학교 시절의 대답을 다시 듣게 되니 놀라웠다. 그 아이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아마도 북한은 삼대가 이어 통치하고 있고 공산당이 나라를 지배하는 독재국가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반대가 공산당이라고 답을 하지 않았을까 나름 추측해 본다.

이달부터 NGO센터에서는 민주시민아카데미가 시작됐다. 정부에서도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일선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가르친다고 한다. 민주시민교육이란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서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리를 이해하고 자질을 갖추는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민주시민교육은 당연한 과정일 것이다.

서방의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민주시민교육을 하고 있다. 수 백년간의 민주주의 진행과정에서 그 필요성을 절감했던 이유일 것이다. 독일에 있어서 민주시민교육은 각 정당의 합의와 전문가의 자문 그리고 시민사회의 민주시민교육 주체들 간의 협의를 통해 운영됨으로서 정치적 조건에 흔들림 없이 운영과 활동이 유지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의 우수모델인 스웨덴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학습공동체가 27만개 정도 있다고 한다. 총 인구수가 300만이라고 하니 성인의 대부분이 평생 민주시민교육을 스스로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생교육법에서 평생교육의 6가지 영역 중 하나로 시민참여교육을 명시하고 있지만 평생교육원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취미와 직업교육이 중심이고 민주시민교육은 도외시 돼 온 것이 현실이다. 학교도 입시와 경쟁중심이어서 민주시민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지방선거가 끝난지 며칠 되지 않았다. 주민자치의 실현은 지역사회의 문제들을 지역주민들이 민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민주역량을 갖추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지역주민들이 분권자치를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독일이나 스웨덴처럼 민주시민교육이 흔들림 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고 담당기관을 설치해야 한다. 민주주의 세상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 것은 정부나 정당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민주시민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모두가 시민으로 태어나지만 민주시민은 학습과 참여를 통해 길러진다. 미국의 정치학자이며 사회활동가인 바바라 크룩생크는 다양한 담론과 프로그램 등을 통해 개별 주체는 시민으로 탄생한다고 말한다. '시민을 발명해야 한다'는 그가 쓴 책의 한국어 번역본 제목이다. 번역자 심성보가 붙인 멋진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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