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충남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내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긴박하게 진행 중인 ‘한반도 평화’ 이슈에 가려진 양상이다. 그럼에도 1995년 이래 7번째로 치러지는 이번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만큼 중요한 국면도 찾기 어렵다. 지방분권 강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지방분권형 개헌이 무산됐기는 하나 지방분권의 확대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정부·여권은 물론 야권도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6·13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분권과 자치를 향한 유권자들의 열망을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방분권과 자치는 곧 중앙집권형 권력의 분산, 나아가 주권재민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실현과 직결된다. 실상 우리나라가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로 자리 잡은 일차적 요인은 통치논리였다. 권력을 각 지역에 나누기보다 중앙에 모으는 게 효율적 통치를 위해 긴요하다는 정치권력의 의도에서 지방자치 자체가 보류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야 어렵사리 지방자치제가 부활하고 지방선거 실시가 합의됐다. 1991년 3월26일 시·군·구 의회선거가, 6월20일 시·도 의회선거가 시행됐다. 단체장선거는 1995년 6월부터 실시됐고, 이때부터 지방선거가 정착했다.

그럼에도 지방자치제도가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세수 자체가 제한적이기에 오히려 낮아지고 있으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각종 지표상 편차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분권이 불가피한 이유는 바로 지방자치제가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현대 정치를 ‘미디어 정치(mediacracy)’라 부른다. 미디어가 시민과 정치행위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는 필수 장치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 시기의 미디어 활용은 비용 절감과 함께 유권자가 후보자들의 면면을 차분히 뜯어볼 수 있는 필수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함으로써 유권자의 선택 폭을 확장하는 장점을 갖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1997년 대통령선거를 기점으로 ‘미디어 선거’를 도입했다. 2004년부터는 헌법 제116조에 기초한 선거공영제의 일환으로, 공직선거법에 의거해 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설치했고 위원회 주관으로 방송연설, 경력방송, 대담·토론회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특징지어진 선거 풍토를 상당 부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 전국 17개 시·도 선거방송토론위원회와 249개 구·시·군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각종 공직선거 후보자들의 대담·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 주권 행사에 필요한 정당·후보자의 정책과 자질, 비전 등을 손쉽게 파악하고 이를 비교·평가해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깨어 있는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 없이 민주주의는 요원하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가 풀뿌리 민주주의와 대의 민주주의를 동시에 실현함으로써 실질적인 지방분권 사회로 향하는 길목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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