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라선 BTS 방탄소년단, 우리 말 해외전파의 주역이다. 연합뉴스
18년 전 프랑스 문화 예술에 관한 책을 10여 명의 필진이 각기 분담하여 원고를 완성하였다. 비교적 순탄하게 작업이 진행되던 중 뜻밖의 난관에 봉착하였다. 필자 한 분이 '프랑스' 표기를 '후랑스'로 쓰면서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이었다. 관행으로 표기하는 '프랑스'로 고치라고 거듭 설득해 봤지만 완강했다. France의 'f'를 어찌 '프'로 발음할 수 있냐는 주장에 한동안 작업이 중단되었다. 결국 '프랑스'로 쓰기로 귀결되었지만 [f/p], [l/r] 발음의 우리말 표기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대부분 'ㅍ,ㄹ'로 쓰지만 정확한 음가가 아니긴 하다. 그렇다해도 우리말, 우리글의 과학성, 합리성, 선진성은 세계 거의 모든 나라 말을 한글로 원음에 가장 근접하게 표기할 수 있는 수월성과 한 글자에 한 소리가 정확하게 대응하는 과학성에 있다. 중국이나 일본어의 외래어 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월등한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월드컵을 '와루도카푸'로 표기하는 일본어나 그레이스라는 영어 고유명사를 '커루이스'라는 원음과 동떨어지게 발음하는 중국어를 볼 때 더욱 그렇다.

롱(long), 라운드(round)/ 파리(Paris), 플라이(fly)처럼 각기 다른 알파벳을 동일한 표기로 쓰는 약간의 문제점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사안일진대 우리말 우리글을 능숙히 구사하는 외국인 친한파를 적극 육성하는 일에 힘을 모을 때다. 한류의 영향으로 세계 각국에서 한글을 공부하며 즐기는 외국인들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 한국통 로버트 파우저 교수가 최근 발간한 '외국어 전파담'이라는 흥미로운 저서에서 한국어는 '취미언어'로 세계에 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우리 가요, 영화, 드라마를 보고, 한국 상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추세는 고무적이다. 앞으로 남북 교류, 경제 발전 같은 기회 요인이 가속화되어 우리말이 '취미언어' 차원을 넘어 비중 있는 국제 '소통언어'로 올라설 날을 꿈꿔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