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침대 매트리스와 관련해 라돈 안전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필자도 지인들과의 모임은 물론 전화를 통해서도 이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사실 중요성에 비해 라돈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오히려 너무 늦었다. 시간, 인력, 체계, 소통방법 등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가면 우리 사회가 더욱 안전해지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라돈은 암석이나 토양에 있는 우라늄, 토륨 등이 여러 단계의 방사성붕괴를 거쳐 만들어지는 천연 방사성동위원소다. 우라늄-238에서 비롯되는 라돈-222과 토륨-232에서 비롯되는 라돈-220(토론)이 중요하며, 이들은 방사성붕괴를 통해 폴로늄, 비스무스 등(자손핵종)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방사능이 없는 납으로 바뀐다. 라돈과 자손핵종들은 알파선을 주로 방출하며, 베타선과 감마선도 일부 방출한다. 우리가 라돈 방사능을 이야기할 때는 라돈뿐만 아니라 자손핵종까지 함께 이야기하는 것으로, 실제로 자손핵종들의 영향이 더 크다. 일반적으로 라돈은 사람이 자연에서 받는 방사선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평균 자연방사선량은 3.08mSv(밀리시버트), 라돈 방사선량은 1.4mSv 정도로 평가된 바 있다. 그런데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의 최근 환산방법을 적용하면 라돈 선량이 2배 수준으로 높아진다. 원자력 시설에 대한 일반인 선량한도인 연간 1mSv보다 꽤 높은 수준이다. 특히 거주지역이나 건물구조, 생활방식에 따른 편차가 매우 커서, 라돈 선량이 훨씬 높은 국민도 있을 것이다.

라돈의 피해는 공기 흡입에 의한 폐암 유발에 집중된다. 지금은 담배에 이은 두 번째 폐암 유발 요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불과 수십 년 전까지도 관심을 받지 않았었다. 주택에서의 라돈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역학조사들은 최근에 이루어졌고, 국제적 규제기준도 아직 충분히 성숙되지 않아서 혼란스런 부분이 있다. 그리고 원안위에서 발표한 피폭선량은 매트리스에 엎드려 자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므로, 시트가 사용되거나 수면 자세가 다르면 크게 낮아질 것이다.

현재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태를 합리적으로 수습하고 미래에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개인 차원에서는 무엇보다도 잠재적인 피해를 충분히 상쇄할 이득이 확실하지 않다면 방사선 노출을 피해야 한다. 음이온의 건강 증진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라돈이 폐암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따라서 방사성물질을 이용한 건강 제품이나 생활용품은 만들어서도 안 되고, 사용할 합리적 이유도 없다. 아울러 낮은 수준의 방사선 노출에 대한 과도한 우려도 바람직하지 않다. 인류는 처음부터 방사선 환경에서 살아왔으며, 수십 밀리시버트 이하의 방사선 노출이 인체에 미칠 통합적인 영향은 설령 있다 하더라도 다른 위해요인들에 비해 미미할 것이다. 따라서 일상생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맞게 되는 방사선량에 대해서는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다. 다만, 라돈 농도 등이 평균보다 크게 높은 경우에는 낮추는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 최신 지식을 반영한 합리적인 규제체계가 마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가 직접적인 잘못이 없는 기업이나 기관들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를 현명하게 해결하면서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의식과 태도가 성숙해지고, 생활 주변의 방사선에 대한 합리적인 관리체계가 정책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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