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수 천안복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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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 보궐선거가 한달도 채 안남았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지역 유권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아니 불쾌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는게 더 정확해 보인다. 상대방을 약점을 들춰내기 혈안이 돼있고, 폭로 고발 고소가 난무하고 있기때문이다. 서민의 고단한 삶을 돌보기 위한 민생공약 경쟁이 아닌 서로 물어뜯는 '낙인찍기'식 여론몰이에 주력하는 선거전 양상이다.

유권자들은 잇따른 정치적 돌발사건과 상대방 실책, 이를 이용해 우의를 점하려고 하는 정당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신물이나 있다. 이는 나라야 어떻게 되든 오직 폭로와 분노에 찬 배설의 카타르시스로 유권자들을 선동해 표를 얻겠다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현가능한 정책경쟁과 지역발전을 위한 비전제시로 축제의 선거판을 기대한 유권자로서는 이처럼 사회분열만 야기하는 진흙탕 싸움에 실망과 우려의 목소리만 키운다. 언론도 책임이 있다.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아니면 말고식’의 네가티브 공세 전략에 대해서는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야 함에도 기계적 중립에만 충실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혹자는 지금의 선거판을 야구경기에 비유한다. 상대방의 범실이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지고, 그게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 실책을 유도하는 것도 감독들의 핵심 전략 전술의 하나로 인식된다. 문제는 이처럼 상대 실책에 의존한 경기가 설령 승리를 안겨주었다 하더라도 관중들에게는 큰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데 있다. 박진감이 없을 뿐더러 뒤끝도 개운치 않다. 승리의 기쁨을 대놓고 나누기도 쑥스럽다. 상대의 실책에 기대기보다는 내 실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비단 야구경기에만 국한된 건 아닐 것이다.

선거는 모름지기 정책과 같은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써 사회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데 의미가 크다. 유권자들이 건강한 정치철학으로 당당히 평가를 받는 성숙한 후보자들을 보고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대 후보의 실책에 어부지리를 얻거나 자신들이 미워하는 정치세력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선거판을 이용한다면 우리의 정치문화는 낙후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 뻔하다. 이대로 가다간 정책선거는 물론이고 깨끗한 선거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이번 총선이 더이상 타락하지 않도록 유권자들이 힘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부패와 비리, 네거티브를 멀리하는 후보가 승리한다는 선거문화를 만드는 자세가 필요하다. 편법을 자행하는 후보는 절대 당선되지 못한다는 정서가 확산될 때 선거는 공명해질 수 있다. 여야 정치권에 우리사회가 지향할 가치와 민생을 살리기 위한 정책대결이 진지하게 이뤄질 때 표로 연결된다는 점을 일깨워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정당, 어느 후보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대결과 페어플레이를 펼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무조건 이기면 된다는 선거판의 추악한 진흙탕 싸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도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시점이다. 그래도 희망을 갖자. 한번에 모든 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투표를 하자는 유권자가 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다.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밉든 곱든 우리의 정치가 유권자의 표를 먹고 자란다는 사실만큼은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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