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백두대간을 거슬러 금강산, 두류산, 개마고원을 지나 백두산 정상에서 대륙을 향해 포효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남과 북의 정상이 군사분계선(MDL)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 벤치에 나란히 마주보고 앉았다. 30분간 소리 없는 대화가 이뤄진다. 박새, 흰배지빠귀, 직박구리, 청딱다구리가 청아한 목소리를 내며 대화에 동참한다. 2018년 4월 27일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남북정상회담 장면이다.

정상회담의 회담 결과는 판문점 선언으로 이어졌다. 선언의 내용은 크게 '1.남북 관계의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통한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 2.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공동 노력 3.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적극 협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했으며,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와 접촉을 활성화하고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했다.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하며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로 했다. 양 정상간 직통전화를 설치해 민족의 중대사를 수시로 논의하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통일을 향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휴전체제에서 종전체제로의 전환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 약속까지! 국민들의 기대 보다 파격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봄철 새로운 훈풍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뿌리가 같은 하나의 민족이다. 생각이 같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부모 형제가 같다. 국토 또한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백두대간이 한 기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른 철조망은 서로를 남과 북으로 갈라놨다. 사람도 동물도 넘어갈 수 없는 거대한 철조망을 두고 서로 총칼을 겨누고 대치하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통일의 열망은 수구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권력에 의해 유린되어 이념의 전쟁터로 변한지 오래다. 이 장벽에 또한 봄바람이 불어왔다.

2004년쯤 남과 북이 이산가족상봉을 통해 가족애의 뜨거움을 나누고 있을 때 DMZ에 흐르는 남강(南江)을 거슬러 백두대간 고치령 을지령까지 다녀 온 적이 있다. 고치령은 인제 원통에서 금강산을 갈 때 넘던 옛 고개로 향로봉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북쪽으로 진행하면 만나는 고개다. 조금 더 북쪽으로 진행하면 군부대가 주둔하면서 부대 이름을 따 만든 고개인 을지령이 나오고 휴전선 철책너머 북쪽으로 무산(1320m) 머리를 들고 있다. 고치령에서 을지령의 백두대간은 동쪽은 깍까지른 절벽이고 서쪽은 능선이다. 이곳을 걸으며 백두대간의 철조망이 열리고 동·식물이 먼저 자유롭게 왕래하는 꿈을 꾸었다. 산양과 사향노루가 남과 북을 넘나들고, 새들이 노래하고, 매화마름 고란초들이 능선을 따라 이동하는 꿈! 그 꿈이 현실이 되어가는 지금 백두대간을 거슬러 올라 개마고원을 지나 백두산에 오르는 꿈을 다시 꾼다.

오늘 아침 나도 모르게 노래를 읖조린다.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 / 무궁화 이 강산에 역사 반만년 대대로 이어 온~~~~ '.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 / 그리운 만 이천 봉 말은 없어도 / 이제야 자유 만민 옷깃 여미며 / 그 이름 다시 부를 우리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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