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영겁(永劫), '극히 긴 세월 또는 영원한 세월'이다. "영겁이 지나도 변치 않을 맹세를 할 자신이 있겠나”, "영겁이 흐른 뒤 우주가 존재할까" '영(永)'은 '길다', '겁(劫)'은 '하늘과 땅이 한 번 개벽할 때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다. 그러니까 '영겁'은 '겁이 영원하다'는 말이다. 인간이 만든 숫자나 시간 단위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득한 시간이다.

'劫'은 원래 인도 산스크리스트 어의 '겁파(kalpa)'를 음역 한 말이다.

'겁'에 대한 설명은 각 출처마다 다르다. 둘레 사십 리 되는 성(城) 안에서 겨자씨를 가득 채워놓고 천사가 3년마다 한 알씩 가져가서 모두 없어지면 1개자겁(芥子劫), 1겁이 된다. 사방과 상하로 1유순(由旬:약 15㎞)이나 되는 성 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100년마다 한 알씩을 모두 꺼내 바닥이 드러나면 1겁이다.

둘레 사방 40리 되는 바위를 100년마다 한 번씩 선녀가 3수(銖:469g)의 옷으로 스쳐서 마침내 그 바위가 닳아 없어져도 역시 1겁, 1반석겁(礬石劫)이다. 이외 겁에 대한 설명은 무수히 많다. 겁의 상대어는 찰나(刹那)다. 1찰나는 0.013초다.

석가가 발심해서 성불할 때까지 수행에 소요된 시간을 '삼아승기겁(三阿僧祇劫)'이라 한다. '1아승기'는 10의 56승으로 '무수(無數)'라 한다. '아승기'는 인도 갠지스 강의 모래보다 많은 숫자다. '무수'가 3개이니 얼마나 아득한 세월이겠는가?

'영겁'에 준하는 용어로 '겁'이 두 번 반복된 '겁겁(劫劫)', '겁'이 억 만 번 반복된 '억겁(億劫)'도 있다. 이들 용어는 모두 중국과 인도에서 만든 시간 단위다.

왜 이들은 실제가 아닌 상상 개념을 만들었을까. 인생은 고작 칠십 아니 백 살이다. '겁'에 비하면 '찰나'에도 부족하다. 자애롭게 살자는 뜻이 아닐까. 살면 얼마나 산다고 피 튀기며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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