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찰나(刹那). '어떤 일이나 사물 현상이 일어나는 바로 그때'를 말한다. "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는 찰나에 가로수가 덮쳐 강물로 추락하지 않았다." 어원은 산스크리트어 '크샤나(ksana)'다. '크샤나'를 음역 한 말이다. 원래 불교에서 가장 짧은 시간 단위다. 더 이상 짧은 시간은 표현할 단위가 없다. 1 찰나는 75분의 1초, 0.013초에 해당한다. 눈 한 번 깜빡이는 시간 개념인 순간(瞬間) 보다 더 짧다. 탄지경(彈指頃:손가락을 튀길 시간)도 아주 짧은 시간 단위지만 65 찰나다.

찰나는 불교경전, ‘대비바사론’에 근거한다. '성인 남자 두 명이 여러 가닥의 명주실을 붙잡고 잡아당기는데, 다른 한 사람의 성인 남자가 강도(剛刀)로 단숨에 1가닥을 절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64 찰나다. 현대 시간으로 계산해보면 한 가닥을 자르는데 0.812초가 걸린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찰나'에 죽고 태어남을 계속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죽으면 저승세계, 지옥으로 간다. 그곳에서 명부시왕(冥府十王)으로부터 죄의 유무와 경중에 대해 심판을 받고 각각의 지옥으로 떨어진다. 생전 죗값을 치르기 위해서다.

죄 종류에 따라 지옥이 각기 다르다. 끓는 물에 몸을 담그는 화탕지옥, 집게로 혀를 빼 농토로 만드는 발설지옥, 칼로 몸을 베는 검수지옥 등 10개 지옥이다. 지옥에서는 엄청난 고통과 시련이 따른다. 하지만 부처님의 자비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고통과 시련이 사라진다. 그 시간이 바로 1 찰나이다. 우리 시간으로 0.013초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셈이다. 정말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고통과 시련이 사라지는 시간이다. 얼마 간격으로 1 찰나를 쉴 수 있는지는 죄의 경중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무간지옥은 1 찰나도 허락되지 않는다. 주로 자살자들이 가는 지옥으로 영원히 고통과 시련만이 존재한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사실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120 찰나라 한다. 1.56초다. 1 찰나는 그저 실제보다 상상 개념이다. 올림픽에서 0.01초까지 속도 측정이 가능하다. 찰나를 사용하면 0.001초까지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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