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순 대전본사 교육문화부장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 울려 퍼질 이 거리를 / 둘이 걸어요.’

매년 봄철 벚꽃이 만개할 무렵 울려 퍼지는 노래 ‘벚꽃엔딩’이다.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감성을 자극하는 이 노래는 ‘버스커 버스커’의 장범준이 작곡하고 노랫말도 붙였다.그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에서 “친구들과 놀러 간 벚꽃축제장에서 연인들의 모습이 부러워 벚꽃이 빨리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가사를 만들었다”고 털어놔 폭소를 자아낸 적이 있다. 이른바 ‘국민 봄 시즌송’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싱숭생숭한 봄 분위기를 잘 그려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벚꽃엔딩’이 정작 달갑지만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대학가다. 오래전부터 대학가에서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묻을 닫을 것’이란 말이 나돌았다.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줄면서 고교 졸업생보다 대입 정원이 더 많아 수도권과 거리가 먼 남쪽지역 대학부터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해 결국 폐교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우려 섞인 예상을 벚꽃 개화 시기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우려가 더 이상 우려에 그치는 것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현재 고교 2학년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내년도 대입부터 고교 졸업자 수보다 대입정원이 더 많아지는 이른바 ‘역전현상’이 나타난다. 이어 2021학년도 대입에서는 고교 졸업자 수에 비해 대입정원이 9만 6000명 더 많아진다. 대입정원 초과현상이 일반화되는 것으로 신입생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경영난에 빠진 대학들이 줄도산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대학들의 위기감도 최고조다. 지난 3월 27일은 전국 160개 4년제 대학에는 고3 수험생이 수능을 치르는 날 못지 않게 중요한 대학의 명운을 가르는 심판의 날이었다. 이날은 교육부가 대입정원을 감축하기 위해 실시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보고서 제출일이었다. 이 평가를 통해 하위 40%에 포함되는 대학은 앞으로 3년간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더구나 이 심사 결과는 대입 수시 모집을 앞둔 오는 8월 말에 발표돼 평가결과 공표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이 평가 준비를 위해 각 대학은 그야말로 총력전을 펴왔다. 대학별로 정예요원을 투입해 늦은 밤은 물론이고 주말도 없이 평가 보고서 제출 자료 준비에 매진해왔다. 모 대학 총장은 제출서류 최종 점검을 위해 주말 출근해 하룻밤을 꼬박 새워 꼼꼼히 검토를 하고 새벽에 퇴근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학에서는 평가 보고서 제출일에 교통사고 등 예기치 않은 상황 발생에 대비해 제출 자료를 두 세트 준비해 두 대의 차량으로 나눠 이동했다.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자칫 돌발상황으로 인해 평가 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했을 경우 대학 측에 미치는 손해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봄을 맞은 캠퍼스에는 벚꽃이 만발하다. 학생들은 활짝 핀 벚꽃 아래 봄의 낭만을 만끽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학 교직원들의 마음은 편치않다. 잠깐 화려하게 피웠다가 지는 벚꽃과 미래가 불투명한 대학들의 처지가 자꾸만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찬란한 봄의 역설, 대학가의 벚꽃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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