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91㎍/㎥ 매우나쁨
마스크·스카프로 철벽 방어, 실내형 놀이공간 연일 북적, 일부 시민 무방비상태 여전

미세먼지 경각심.jpg
▲ ⓒ연합뉴스
시민들이 연일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27일 대전 서구 지역은 계속된 미세먼지로 인해 거리엔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마스크를 챙기지 못한 시민들은 스카프 등으로 입을 가리면서 바쁜 걸음을 내디뎠다.

이날 오전 11시 이 지역 미세먼지는 매우나쁨 수준인 91㎍/㎥을 기록, 뿌연 하늘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개지 않았다.

임모(81·여) 씨는 "날씨는 좋은데 미세먼지 때문에 밖을 자주 못나와 답답하다. 미세먼지 때문에 밤이 되면 기침이 엄청 난다"며 "갑갑하긴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다닐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모(91·여) 씨도 "밖에 미세먼지가 심하지만 병원을 예약해둬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면서 "우리는 마스크를 쓰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을 둔 부모들 우려는 더 크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연일 휴대전화를 보며 미세먼지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날 한 부모는 미세먼지를 철통방어하려 유모차도 마다하고 직접 담요를 덮어 아이를 안고 가는 모습이었다.

100일 된 아이를 키우는 유모 씨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는 게 더 편하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미세먼지가 (유모차 안까지)들어올까 싶어 담요로 꽁꽁 싸매고 다닌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예보가 '매우나쁨' 수준인 월평동의 한 어린이집 놀이터에는 아이들의 야외활동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미세먼지를 피하려는 부모들이 많은 탓에 상대적으로 실내 놀이공간은 몰려든 인파로 하루종일 붐볐다.

서구 둔산동의 한 키즈 카페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평소보다 이용객이 2~3배 정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시민 대다수가 미세먼지에 경각심이 높아진 듯 보였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무방비 상태로 놓인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움직임이 많은 직업군들은 마스크 등의 예방장치도 없이 그대로 미세먼지를 맞고 있었다.

이날 마주친 택배기사 안영민(37) 씨는 "미세먼지가 심하지만 업무상 전화를 받는 일이 많기 때문에 마스크를 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둔산동 인근 한 공사현장에서도 일부 인부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고 있었고 인근 모 중학교에선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미세먼지와 흙먼지 속에 축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