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만 변호사

봄이 왔는데도 봄 같지 않은 추운 날씨가 이어진다든가 좋은 여건이 왔는데도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사람들은 당나라의 시인 동방규가 지은 소군원(昭君怨)이라는 시에 나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는데도 봄 같지 않다)을 말한다.

중국의 4대 미인으로 월나라의 서시, 전한의 왕소군, 삼국지의 초선, 당 현종의 양귀비가 있는데 모두 나름대로의 일화를 갖고 있다. 한무제(BC 156-87)시대는 흉노와 일전을 벌여 최고의 전성기를 보여 왔지만 무제 사후 50년, 제11대 원제(BC76-33)시대는 전쟁보다는 화친의 조건으로 동흉노의 호한야 선우(왕)에게 공주와 식량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원제는 공주를 보낼 수는 없고 제일 못생긴 궁녀로 보내라고 하여 당시 모든 궁녀들이 흉노의 땅에 가지 않으려고 화공 모연수에게 뇌물을 제공하여 본인의 얼굴보다 예쁘게 그려지게 하였지만 왕소군은 뇌물을 바치지 않아 모연수는 최고의 미인을 최고의 추녀로 그려 왕소군이 흉노의 선우에게 바쳐지게 되었다. 원제는 흉노 지역으로 떠나는 왕소군 일행을 접견 중 왕소군이 절세미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화가나 화공 모연수를 참형에 처했으며 왕소군의 슬픈 사연을 표현한 것이 소군원이다.

국제정치역학관계의 모습 중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 없는 사실 하나는 힘이 약한 나라는 힘이 강한 나라에 의하여 지배를 받거나 요구하는 공물을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유방(BC247-195)이 한나라를 BC202년에 세운 후 제7대 한무제시절 최전성기를 구가한 후 서서히 약한 나라가 되어 흉노에게 여인과 식량 등 공물을 바치며 화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라가 약해지고 망하는 10가지 징조로 한비자(BC280-233)는 법치주의 무시, 관료들의 부정부패, 군주의 환락행위, 간언무시, 지도자의 아집, 동맹만 믿고 적을 가벼이 여김, 인재등용 소홀, 군주의 자만, 정실인사, 빈익빈부익부를 들었으며, 정치의 요체는 법치주의 학립, 신상필벌, 용인술이라고 정의하였는데 왕소군의 일화에서도 황제의 무능력과 환락, 관료의 부정부패가 상당하였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결국 전한(前漢)은 왕망에 의하여 망하고 말았다.

조선후기 1636년 병자호란 당시 화친을 내세운 최명길, 명분을 강조한 김상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정치상황에서 히틀러와 협상을 강조한 체임버린, 독재자와 타협할 수 없다는 처칠, 결과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는 협상파 화친파가 옳았으며 또 다른 여건에서는 강경파의 선택이 합리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것은 당시 어떤 여건과 상황인지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한반도의 국제정치상황이 남북한 비핵화 외교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4대강국의 국제정치, 경제여건들과 맞물려 복잡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중차대한 상황에서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 대하여 어떠한 관심과 어떠한 모습으로 힘을 합하여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갈 것인가. 종적으로는 역사적 교훈에서, 횡적으로는 정확한 정세 분석과 판단으로 실용과 국민을 위한 균형된 결단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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