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양윤석 을지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하루 1시간(시속 5㎞) 운동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운동을 하면 그만큼 살이 빠진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 이상 운동을 한다고 살이 더 빠지지 않는다. 그 이상의 과도한 운동은 자신의 생식 면역체계의 에너지를 끌어다 쓰면서 우리 몸의 에너지를 보존한다. 이것이 바로 생존 보존의 법칙(Homeostasis)이다.

미 대학심장협회에 의하면 운동은 주당 2.5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또 주당 4시간을 넘어설 경우 운동효과는 급감해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과 같다고 했다. 장기간 고강도의 운동이 뱃살을 줄이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정자, 난자, 즉 번식에까지 손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춘기 여성에게 심한 운동, 발레, 마라톤 등을 시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한 운동은 성장속도를 저하시키고 배란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남성의 경우도 정자생산이 줄어들 수 있다. 더 심하면 우리의 DNA까지 조각나게 된다.

사춘기 발현은 신체 내 지방이 23% 이상 증가되었을 때 시작된다. 이 지방이 곧 에너지저장 창고다. 따라서 사춘기 여성이 심한 운동을 통해 무리하게 체중을 감량하게 되면 지방이 없어지고, 생리불순과 배란장애가 동반된다. 더 심한 운동은 심한 스트레스까지 유발한다. 과도한 운동은 살도 빠지지 않고, 오히려 몸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몸은 이런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한마디로 '굶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운동량이 많아지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때 호모 사피엔스는 몸속 에너지원을 다 사용하지 않고 절약하는 전략을 택했다. 굶어 죽을 때를 대비해 몸의 에너지를 다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식작용, 호르몬 체계, 면역체계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몸(심장, 뇌 등)을 살리기 위한 전략으로 진화한 것이다.

인간이 다른 유인원보다 장수하고 두뇌가 발달된 원인도 이 에너지 보전 법칙의 진화 때문이다. 인류는 잉여의 에너지를 지방에 저장하는 능력을 획득했고, 이를 두뇌 등의 생존 활동에 이용하면서 인류가 다른 유인원보다 오래 살고 자손도 많이 번식할 수 있게 되었다. 지방 덕분에 인간은 굶주림에서도 살아남았고 두뇌 또한 더 크게 발달하게 되었다. 또 운동으로 몸무게가 쉽게 줄어들지 않도록 진화되었다. 가령, 뱃살을 줄이겠다고 운동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뱃살이 줄어들지만 그 이상 체중이 줄지 않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인류는 그렇게 수백만 년을 지내왔다.

이런 원리를 안다면 비만의 해결책은 간단하다. 적게 먹어야 한다.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운동에 목매지 말아야 한다. 운동은 기초대사량을 늘리고 체지방을 줄이지만, 그 이상의 감량은 어렵고 부작용도 따른다.

운동이 진짜 필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건강이다. 하루 1시간 빠르게 걷기만 해도 수명이 7.2년 늘어난다. 확실히 남는 장사다. 특히 꾸준한 운동은 심장마비, 당뇨, 암 예방의 보증수표와도 같다. 추천 운동 강도는 빠른 걷기(시속 8㎞)로 주당 2.5시간이다. 시간당 에너지 소비량이 가장 많은 것은 뛰지는 않되 가능한 한 가장 빨리 걷는 것이다.

50대부터는 운동 방법을 바꿔야 한다. 근육운동이다. 20세부터 근육량은 매년 1%씩 줄어들어 60대가 되면 20대의 절반이 된다. 특히 여성은 폐경기 이후 급격한 체지방증가로 체지방 염증 유발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생성되면서 근육 손상까지 받는다. 갱년기 초기 증상으로 근육통, 손저림, 복부비만, 지방간 등이 나타나는 이유다. 갱년기 여성에게 필요한 운동은 스쿼트같은 근력 운동이다. 이 시기는 근력을 향상 시키는 마지막 시기이며, 갱년기 근력운동은 '천연 비아그라'라고 할 정도로 감소된 성 호르몬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이때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운동은 내 몸을 해친다. 결국 전 연령을 아울러 수분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적정량의 운동을 생활화한다면 돈 주고도 못 산다는 '건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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