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김덕수 공주대 사범대학 사회교육과 교수


지난 1월 31일 박찬주 前육군대장(이하 박 대장)의 보석석방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웠다. 그는 공관병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세인들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군 검찰은 그의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대신 고철업자에게 군 관련사업의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약 760만원의 향응을 받고 차용해준 돈에 과도한 이자를 받기로 약속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의 범죄여부는 향후 재판과정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다만, 필자는 몇 가지 측면에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첫째, 군의 갑질사건은 민간에 비해 특수한 성격을 띤다. 군은 상명하복과 임무완수가 우선인 특수조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의 갑질사건은 전후사정을 보면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처음 박 대장의 갑질사건이 터졌을 때, 언론매체들이 지적한 전자팔찌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그런데 공관병이 손목에 찼던 전자팔찌는 상관의 긴급호출에 대응하기 위한 연락수단이었지, 성범죄자가 차는 전자팔찌가 아니었다. 이는 군대 갔다 온 사람에겐 상식적인 얘기다. 그런데도 언론매체들은 자극적인 용어(전자팔찌)로 진실을 호도했다.

둘째, 박 대장 부인이 공관병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한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다. 그러나 공관병에게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공관병은 다른 병사들이 부러워하는 꽃보직이다. 따라서 공관병이 청소, 빨래, 밥짓기, 골프공 줍기 등의 임무에 모멸감을 느꼈다면 보직변경을 신청해서 일반병사로 근무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공관병을 계속했다는 것은 그 자리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기 임무부터 완벽하게 수행하는 게 기본 도리다. 그러면 박 대장 부부에게 폭언이나 모욕 대신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꽃보직을 맡고도 임무를 게을리 한 것은 공관병의 직무유기다. 그것은 병사 인권과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서 반드시 짚고 넘어갔어야 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셋째, 군 검찰이 박 대장의 전역신청을 받아주지 않으면서 갑질사건을 수사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자 별건수사로 방향을 바꿔 구속기소한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이번에 법원이 보석을 허락한 것도 군 검찰이 제기한 그의 범법행위에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는데다 도주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대장은 건군 이래 기갑병과에서 최초로 사성장군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군 인사는 내부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어떤 조직보다 깐깐하다. 그가 비리에 연루되었다면 사성장군은 고사하고 원스타(☆)진급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민간인 사찰은 그 자체로 큰 문제가 되지만 군 지휘관들은 전역할 때까지 국군기무사의 촘촘한 감시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필자는 그의 무죄를 믿고 싶다. 범죄여부가 불분명한 현역 육군대장을 포승줄로 묶어 망신 주는 모습을 보고 불편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박 대장은 재판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밝혀주었으면 한다. 그것은 젊음을 바쳐 국가에 헌신한 본인과 군 명예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그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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