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


우리 원자력연구원의 지난 1년은 한 마디로 다사다난했다. 찬찬히 살펴보면 요르단연구용원자로(JRTR)에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처음 생산해 병원에 공급함으로써 본 수출사업을 완벽하게 완료했으며, 원자력 안전, 방사선 이용, 재료 및 핵연료 분야 등 여러 분야에서 의미가 큰 성과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방사성폐기물 관리실태 특별점검 발표부터 시작해 대전시의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 활동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현안, 최근의 화재사건에 이르기까지 어렵고 힘든 일이 너무나 많았다. 그 결과 우리 연구원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언론 보도에서도 부정적인 내용이 긍정적 내용보다 월등히 많았으며, 많은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1959년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과학기술연구소로 설립되어 원자력기술 자립과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자리잡은 원자력연구원이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잘해온 것은 강화시키면서 국민과 지역 사회가 사랑하는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연구원의 의지와 저력은 충분하다.

원자력연구원의 일차적인 존재 의미는 다른 국가연구소들과 마찬가지로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값진 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데 있다. 우리 연구원은 최근 변화하는 환경을 반영, 사회현안 해결, 좋은 일자리 창출, 국가 전략기술 확보, 미래사회 준비, 기초과학 발전 등 5대 연구방향을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원전 사고 시 방사능 대량 누출을 실질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연구를 비롯해 일체형 원자로 스마트(SMART) 수출과 고부가가치 방사선 융합기술 개발, 원전해체기술 완성 등을 통한 고급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 기술을 다양한 국방분야에 응용하고 원자력기술의 우주, 극지, 심해저 등 극한환경에 적용하는 연구를 추진한다. 특히 사우디와 공동으로 건설전 설계사업을 진행 중인 SMART 수출은 범정부 차원의 지원체계가 구축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훌륭한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갖고 좋은 성과를 거두더라도, 안전과 관련한 국민과 지역사회의 신뢰 및 지지가 없다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다. 지난해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우리 연구원과 지역사회는 원자력연구원-대전시-유성구 간 ‘원자력안전협약’을 체결해 이행하고 있으며,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 활동과 원안위, 지자체, 연구원 주관의 다수의 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이해와 협력의 장을 크게 넓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망라해 안전성 향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더욱 효과적인 소통체계를 운영한다면 연구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는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 후속조치로 약속한 재발방지대책을 철저하게 이행하고 지자체와 체결한 원자력안전협약의 이행체계를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울러 지자체에서 요구하는 시민안전대책도 가능한 한 적극 수용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연구원 진출입로의 방사능측정시스템 보강, 방사성폐기물 종합관리시설 구축, 주변지역 방사선환경조사 신뢰성 강화, 연구원 시설의 사고 시 환경영향에 대한 평가, 시설물 내진 및 방화 성능 평가와 보강, 하나로 요오드-131 저감대책 추진 등이 포함된다. 또한, 기관 홈페이지와 각종 간행물, 지자체 위원회 및 지역협력활동 등을 통한 대외 소통도 내실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연구원의 조직문화와 안전문화를 일신하는 것도 중요하다. 작년에 수행된 외부전문기관의 경영진단 결과와 구성원들의 제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경영체계를 혁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연구원의 잘못에 대한 채찍질과 함께, 더욱 가치있는 연구와 안전우선 경영, 열린 소통으로 거듭나려는 연구원에 대한 지역사회의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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