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석 을지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시론]


블록체인의 광풍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2017년이 인공지능의 해였다면 2018년은 블록체인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블록체인 기술은 1.0수준이지만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비즈니스 모델을 쏟아내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인터넷에 월드와이드웹이라는 신기술이 도입되며 시작된 1995년 닷컴 1.0 버블 시대와 매우 유사하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등에 업은 닷컴 기업은 금융유동성과 묻지마 투자로 버블을 탄생시킨다. 하지만 실물경제와 관련된 수익창출 모델을 창출하지 못했던 닷컴 기업은 FRB 의장인 그린스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버블의 종말이다.

버블은 신기술이 있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유동성을 타야 나온다. 지금은 모든 것이 버블인 시대로, 가상화폐뿐만 아니라 강남 아파트는 1억씩 오르고, 주식은 사상 최고치를 누리고 있다. 10년간 중앙은행이 쏟아낸 저금리 정책과 각종 경기부양책이 버블의 근원지이다. 닷컴 1.0 버블 시대와 마찬가지로 자산 급등을 제어하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고, 눈에 잡히는 수익창출 모델이 없는 블록체인 기술은 붕괴될 수도 있다.

항상 신기술은 새 시대의 논리를 가지고 태어나며, 버블을 통해 붐을 일으키고 버블 붕괴 후 옥석이 가려 진다. 인터넷 1.0이라는 신기술은 닷컴 버블을 만들었지만 수십 년 걸려야 할 광섬유 인프라가 단 수년에 깔렸으며, 버블 붕괴로 초기 닷컴 부호들은 사라졌지만 모바일, 인공지능, 빅데이터 생태계로 진화됐고 페이스북과 네이버가 탄생했다. 버블이 가지는 엄청난 자본과 인재 동원력이 만들어낸 장기적 순기능이다.

지금까지 블록체인 기술의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는 오직 가상화폐뿐이다. 수많은 콘텐츠가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고 현실이 따르지 않고 있으며, 단순히 기업공개(IPO)처럼 ICO(가상화폐 상장)를 하면서 가상화폐 버블을 만들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1.0 또한 버블 붕괴 후 지금의 허상을 벗어 던진 새로운 강자가 나올 것이다. 기존 산업이 10년간 해결 하지 못한 문제를 블록체인이 해결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때 진정한 블록체인 2.0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헬스케어 시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병원과 환자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인공지능, 의료기기, IoT, 제약 및 보험회사 등 거대한 산업의 복합 융합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헬스케어 분야도 말은 무성하지만, 의료 IT융합의 실체가 없다. 게다가 의료분야에는 페이스북과 같은 수익창출 모델도 전무하다. 의료 IT융합 기술의 10년 숙원이 블록체인을 통해 가능해진 구조이다. 현재 의료분야의 블록체인 기술은 60여개가 있다. 아직은 극초기 단계로, 블록체인의 기본 철학을 기존 의료 분야에 접목한 수준이다. 블록체인으로 의료 데이터나 유전자 정보, IoT 정보를 분석해 개인 의료기록(PHR)이나 보험기록에 저장하면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형태로 블록체인에 열광한다면 버블이 맞다. ICO에 대한 대중의 과도한 관심 또한 적절히 규제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기존에 풀 수 없었던 문제를 ICO를 통해 해결 할 수 있는 것까지 규제를 한다면 신기술 시장은 왜곡된다. 가상화폐를 화폐가 아닌 노력에 대한 보상의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페이스북도, 아마존도 결국은 블록체인을 이용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이런 인센티브를 대중이 인정하게 될 때 의료 IT융합 분야의 10년간 숙원사업이 풀릴 수 있다. 이것이 블록체인의 힘이며, 의료 혁명, 헬스케어 분야 킬러 콘텐츠의 탄생인 것이다.

다른 나라가 ICO를 규제할 때가 오히려 우리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상화폐의 불법은 차단해야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건전한 ICO의 길은 열어 주어야 한다. 가상화폐뿐만 아니라 모든 자산이 버블이며 그 중 미래가치가 있는 것은 블록체인뿐이다. 버블의 치유책으로 ICO를 차단 할 것이 아니라, 버블의 근본 원인을 치유해야 한다. 금융 유동성 관리와 버블의 연착륙 정책에 방점을 두는 것이다. 이것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버블의 시각이 아닌, 제2의 인터넷 혁명으로 봐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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