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용 대전평생학습관 예절교육지원센터장
[투데이 포럼]


‘물통의 법칙’이 있다. 독일의 리비히라는 식물학자가 ‘나무는 자람에 있어 어떤 요소 하나가 부족하면 그 부족한 요소로 인해 성장에 장애를 받는다’는 ‘최소량의 법칙’이 ‘물통의 법칙’이다. 이는 성장에 방해를 주는 요소가 있으면 건강한 성장에 장애를 준다는 이야기이므로 개인이나 사회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이제 안정된 선진국형 경제를 이뤘지만 거대 자본국들에 비하면 그 기초체력은 아직 취약한 편이다. 사회 전반으로 퍼져있는 소통의 부재, 성범죄, 패륜, 사기, 자살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도덕성마저 메말라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마땅히 갖춰야 할 인격이 성숙하지 못하거나 결여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학생들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에만 치중해 공동체보다 성적을 또 그 학생들을 이끌어야할 어른들은 행복보다 자본을 추구하고, 무조건 1등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쟁 논리를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핵심을 정리해보면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는 인성의 가르침과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학교에서 주도로 하다보면 인성도 주입식과 성적으로 평가하는 문제를 낳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실천의 한 방법으로 모든 가정교육의 기초이자 인성교육의 출발점인 밥상머리 교육을 생각해보자. 우리의 밥상머리 자녀교육은 오래된 전통문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핵가족이 보편화되고,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면서 집안의 어른이 사라지고 밥상머리 교육도 함께 실종됐다. 가족과의 식사 시간을 통해 올바른 식습관, 예절, 유대감, 언어 발달 등을 자연스럽게 습득해 왔다. 즉 기초인성과 삶의 기본이자 시작은 밥상 앞에서 만들어졌다. 이런 시간을 통해 아이는 절제와 배려라는 덕목을 익히게 된다. 이 덕목은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사회생활에도 반드시 필요한 자세로서, 결국 밥상머리 교육은 인지발달, 정서발달, 신체발달을 아우르는 전인적인 성장을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바탕으로, 충효(忠孝)의 윤리를 인간의 근본이자 덕목으로 생각했으며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 또는 ‘군자의 나라’ 라고 불렸다. 특히 성리학의 대 스승인 퇴계 이황 선생에 의하면 ‘교육은 윤리를 밝히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다’고 했다. 즉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학문을 하는 것이라면 학문을 하는 목적은 곧 바로 윤리 도덕을 바르게 아는 데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시대에 와서는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이라고 소개하기에는 민망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기 입장만을 먼저 내세우며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는 갑(甲)질의 온상이 돼 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먼저 잘못된 가정교육에서 시작됐고 더 나아가 교육의 현장에서는 지나친 공리교육에 치중해 인성교육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을 살펴보면 유치원 단계부터 생활예절 및 인성교육, 질서보다는 영어 한 마디를 더 가르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왔고, 이러한 현상은 초·중등 교육에서도 그대로 이어져왔다.결국 바람직한 공동체의 질서가 유지되고 구성원이 화합해 발전할 수 있는 바탕에는 인성교육, 특히 적절한 ‘예절’이 꼭 필요하다는 뜻이다. 예절과 효도는 낡은 옛 관습이 아니라 우리가 보존하고 지켜 나가야 하는 우리의 소중한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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