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후유증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화재현장에는 시커멓게 그을린 건물 골조가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역민 가슴도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상당수 주민들이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곳곳에 걸린 플레카드에서 추모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가뜩이나 어렵던 제천지역 경제가 화재 참사 이후 아예 초토화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넘쳐나고 있다. 지역사회가 전반적으로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하소동 참사 현장 주변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제천지역 전체가 극심한 불황 장기화 조짐도 보인다. 그런 가운데서 뜻 있는 주민들이 지역 현실을 진단하고 지역공동체 복원 노력에 나선 것은 주시할 대목이다. 시민단체인 의림포럼이 엊그제 성명을 내고 제천 참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철저한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과는 별개로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 치유, 그리고 지역경제회복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충북도와 충북 농협이 어제부터 제천지역 경기활성화를 위한 제천 우수 농산물 팔아주기 운둥을 펼치고 있다. 제천에서 생산한 사과, 더덕, 약초, 쌀, 잡곡 등이 그 대상이다. 도내 농정분야 시책설명회와 토론회 행사도 제천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제천 지역 식당 이용과 장보기 행사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을 주기로 한 발상이 돋보인다. 조금만 배려하면 제천 지역민에게 큰 용기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대형 참사 및 재난이 지역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넘어선다.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 공동체가 일시에 생존의 위협을 받으면 그 후유증이 길게 남는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오순도순 교류해왔던 정겨운 가족이나 친지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할 경우 지역공동체가 통째로 받는 충격은 이루 헤아리기 힘들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릴 만큼 재앙의 후유증은 쉽사리 치유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제천에서 대형 참사는 처음 이었다. 지역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다. 심리적·경제적·신체적 차원의 후유증을 결코 간과할 일이 아니다. 주민 상호간에 서로 상흔을 보듬는 배려와 관심이 절실하다. 위험사회에서 안전사회 구축을 위한 유무형의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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