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인문서 최초 밀리언셀러이자 본격 문화재 대중서 1호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조선백자 100여점을 부여군에 기증키로 했다. 기증 유물은 조선백자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미가 돋보이는 백자병과 백자소호 등으로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것들이다. 유 교수가 서울 리홀아트갤러리서 열린 자신의 개인 전시회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기증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은 그럴만한 연유가 있다.

서울 출신 미술사학자로서 문화재청장(2004~2008년)을 역임한 유 교수는 부여군 홍보대사로서 유별난 인연을 갖고 있다. 2006년 외산면 반교리 돌담마을 폐가를 사들여 편안히 쉬는 집이라는 뜻으로 '휴휴당(休休堂)'을 짓고 부여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았다. 서울에 5일, 시골에 2일 거주하는 '5도 2촌' 라이프 스타일을 실천하는 부여군민이 됐다. 2009년부터 봄가을 연 4차례 '유홍준과 함께 탐방하는 부여 문화유적지 답사'를 9년째 이어오고 있다.

부여에 터를 잡게 된 동기가 소박하다. 문화유산을 보고 돌아다니며 우리 국토가 아름답다고 말한 사람으로서 어느 한곳은 내 손으로 아름답게 가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돌담을 쌓고 나무와 꽃을 심으며 집과 동네를 가꾸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시골도 잘만 가꾸면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음을 유감없이 도시민에게 홍보하고 있다. 세계유산 도시, 백제왕도 부여에서 백제문화 사랑을 감칠 맛 나게 풀어내는 명사로 유명해졌다.

유 교수는 이에 앞서 그간 연구와 집필을 위해 평생 수집 소장해온 서화 작품 등 유물 300여점과 문고 3500여권을 부여군에 기증한 바 있다. 기증품이 부여에서 전시되는 의미가 깊다. 백제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지역문화 예술의 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증 유물은 오는 4월 부여문화원 전시실에서 '유홍준 교수 기증유물 특별전시회'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문화재는 우리 민족의 영원한 자원이다. 이를 공유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법이다. 평생 백제문화의 찬란한 문화에 매료돼 살아왔다는 유 교수가 부여에 선뜻 유물을 기증한 소식이 반갑다. 그간 백제문화가 다른 문화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아온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는 "백제문화연구에 대한 학계와 정부의 관심이 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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