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아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대전 아파트 ‘추모 물결’
단지 내 추모공간 과자·사탕 등 쌓여… 18일부터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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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나무 아래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이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과자들이 놓여있다. 사진=홍서윤 기자
지난 12일 오전 찾은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나무 아래에는 꽃다발과 과자, 초콜릿, 사탕 등이 가득히 놓여있었다. 이 곳은 지난해 10월 16일, 아파트에 사는 6살 아이가 엄마와 손잡고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다 갑자기 돌진해오는 차에 치여 사망한 곳이다.

부모는 자식이 허망하게 유명을 달리한 이후 아이의 넋을 기리고자 사고 장소에 100일간 추모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생전에 아이가 좋아했을 각종 과자와 사탕 등을 선물하며 추모하고 있다.

이들이 과자와 함께 남긴 포스트잇에는 “꽃처럼 예뻤을 공주님의 편안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좋은 곳으로 가서 따뜻하게 잘 지내렴” 등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아파트 곳곳에는 부모가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내건 현수막도 있었다. 현수막에는 “가여운 내새끼… 엄마가 함께 가주지 못해 미안해… 엄마 껌딱지 영원히 널 사랑해”, “아무것도 모르고 간 내 애기, 얼마나 아팠을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등의 내용이 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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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자식을 추모하는 부모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나무 아래에는 이웃들이 놓고간 추모의 꽃다발과 과자들이 놓여있다. 사진=홍서윤 기자
부모는 아이를 잃은 슬픔에 사무쳐 매일을 눈물 짓고 있다.

사고를 당한 아이의 부모는 모두 대전에서 일하는 소방공무원이다.

구급대원인 엄마는 급히 달려가 심폐소생술도 해봤지만 아이의 숨은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엄마도 차에 치여 꼬리뼈가 부러진 상태였다. 차가 바로 멈췄더라면 살 수도 있었던 터다.

사망한 아이는 아픈 엄마가 약도 안먹고 버텨 6년만에 얻은 딸이어서 부모의 애달픔은 더 컸다.

죗값을 달게 받겠다던 가해자도 금고 2년이 구형되자 약속을 깨고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져 부모의 한이 깊어지고 있다. 가해자는 같은동 같은 라인에 사는 이웃이었다. 사고 현장을 고스란히 지켜본 첫째는 큰 충격에 부쩍 말수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부모는 18일부터 평소 아이가 좋아했던 아파트 분수대 앞에서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아버지 김모 씨는 “꿈엔들 잊힐까.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지만 바로 곁에서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딸을 잃었다”며 “다시는 우리 아이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같이 추모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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