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규 건양대 학사운영처장
[아침마당]


수험생들은 정시전형을 끝으로 2018학년도 대학생이 되기 위한 마무리 여정에 들어갔고 가장 한가로울 것 같은 대학본부는 일반인들이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도 분주하다.

2월 중순까지 졸업생을 사회로 배출해야하고 2월말에는 2018학년도 신입생을 맞이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새롭게 맞이하는 대학생을 경쟁력 있는 졸업생으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준비하게 된다. 우리 대학에 대한 주된 평가는 신입생과 졸업생을 가지고 평가를 받는다. 얼마나 우수한 학생을 확보 하였는가 그리고 그 학생을 4년 후에는 얼마나 좋은 그리고 많은 학생을 취업시켰는가가 가장 객관적인 대학평가의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우리 교수들은 많은 것을 학생들에게 심어 주려한다. 요즘은 심는 것에 끝나지 않고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데까지 확대됐다. 교육의 양상이 우리가 다니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올해 치러진 수능에서 실제 응시자는 53만여명이다. 이 중 약 25만명이 이과를 선택했고, 이과계열 학생들이 선택하는 화학2의 응시자는 3300여 명, 물리2 과목은 2800여 명으로 각각 이과 학생의 1.4%와 1.2%다. 과학과 공학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기초 교과목인 화학 혹은 물리의 고교과정을 제대로 이수한 학생의 수가 1만 명이 되질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수능에 나오지 않는 것은 지도하지도 않고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1만 명이라는 숫자는 서울에 소재하는 국립대와 유명 사립대의 정원을 다 채울 수 없는 인원인 것이다.

우리 대학과 같이 지방에 있는 대학은 고교과정의 탐구교과목으로 화학2나 물리2를 이수한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에 지역 거점의 유명 국립대학에서는 결국 고교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한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고교 수준의 화학과 물리를 강의하는 과학 기초과목을 개설하기로 했고, 이는 많은 대학의 교육과정을 편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고교과정에서 과학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으면 대학에 들어와서 과학이나 공학계열의 기초과목 혹은 전공 기본교과목을 이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저조한 수학능력을 문제시하면서 배워야할 수많은 전공을 가지고 학생들과 씨름을 하게 된다. 결국에는 화학, 물리와 같은 과학기초과목을 소홀히 하면서 전공 교육과정으로 들어가게 되고, 이는 부실한 전공기본과목 학습을 낳게 된다. 예전과는 다른 또 하나는 짧은 시간에 많은 량의 전공지식을 습득하기 보다는 문제해결 학습에 집중하다보니 학생들의 학습 수준은 어려운 것은 포기하면서 전체적으로 전공과 관련하여 기초학력이 낮아지게 된다. 그렇게 완성되지 않은 채 고학년에 올라가게 되면 프로젝트형 수업이나 현장실습으로 나가게 돼 질 높은 결과물을 얻기 어렵게 된다.

현장실습이나 프로젝트형 수업은 산업체 현장에서의 문제에 기초한 것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가 실전문제에 접하게 되었을 때 유용하기는 하다. 그런데 산업현장은 급속하게 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응이 문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발간한 자료를 보면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미래 과학기술인재상을 보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은 실전문제 해결 역량이고, 그 다음으로 전공이론보다는 기초지식의 강화이다. 이는 사회가 바뀌고 산업현장의 문제가 바뀌어도 기초학문은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이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현실 문제 해결에 맞춤인 응용 지식도 중요하지만 사회와 산업은 꾸준히 변화하기 있기 때문에 변치 않으면서 근간이 되는 학문의 중요성이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문제해결에만 집중하는 교육을 하다보면 그 다음 시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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