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운동·취미·해외여행 등
자기만족 위한 소비지출 강세
가치소비 기호제품 인기끌 것

#1. 중소기업 근로자 손모(39) 씨는 퇴근 후 골프 레슨을 받는다. 초기 장비 구입에 이미 180만원을 지출했고, 개인레슨 비용으로 한달에 20여 만원이 나간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잘 풀리고 만족도가 높아 꾸준히 다닐 계획이다.

#2. 유통회사에 다니는 최모(42) 씨는 올해 대학원에 입학했다. 유통업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 석사과정에 등록해 학기당 300만원의 수업료를 낸다. 생활에도 빠듯한 월급이지만, 하고 싶던 공부를 하게 돼 요즘 일상이 즐겁다.

‘워라밸’ 바람이 뜨겁다. 직장인들은 ‘워라밸’을 위해 지갑을 연다. 워라밸은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또, 이를 추구하는 세대를 워라밸 세대라 부른다. 이 워라밸 세대가 올해 소비시장을 이끌 신 소비계층으로 지목되고 있다. 워라밸 세대가 주도하는 소비는 상품과 서비스의 구입을 넘어 경험의 소비로 확대된다는 분석이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학업이나 운동, 취미생활 등에 돈을 쓰는 행위가 이에 속한다.

또,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한 ‘가성비’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징이 있다. ‘나를 위한 선물’을 하거나 반려동물 등에게 지갑을 여는 것도 가심비를 극대화시키는 소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이 트렌드의 대표적 사례는 여행업계에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해외여행객은 2409만 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2% 늘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0월 관광수지 적자는 111억 408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2.7% 늘었다.

앞으로 워라밸 세대의 가심비 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해외여행 등 자기 만족을 위한 소비지출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확행(小確幸)’도 소비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유명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수필집에서 표현한 말이다. ‘일상에서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말하며, 소소한 일상에서의 행복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그는 자신만의 소확행을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새로 산 정갈한 향의 셔츠를 입는 것, 부스럭 소리를 내며 고양이가 이불 속에 들어오는 것” 등을 제시했다.

임명재 한서대 교수는 “올해에는 가심비와 워라밸 등 개인의 만족을 강조하는 분위기와 함께 새로운 양상의 소비 패턴이 자리잡을 것”이라며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소비 성향이 확고해지면서 개인 기호에 맞춘 제품들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훈 기자 vince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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