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지역경제전망]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통해 일자리 늘리고 권역간 균형발전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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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지역경제전망]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통해 일자리 늘리고 권역간 균형발전 이뤄야"
  • 최정우 기자
  • 승인 2018년 01월 01일 19시 52분
  • 지면게재일 2018년 01월 02일 화요일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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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김한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에게 듣는 ‘2018 지역경제전망’
반도체 독주 여전… 신생기업 생존률 낮아
디지털시대 ‘로봇’ 확대… 고용시장 큰변화
대덕특구, 지역과 ‘혁신생태계’ 구축 절실
수출산업 잠재리스크·가계부채 해결 숙제

지난 20년간 충청권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성장 동력 소진이라는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구나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로 중국의 성장 패러다임 변화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잠재적인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을 맞아 김한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과의 대담을 통해 저성장 기조에 진입한 충청권 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진단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효율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해 본다.
▲ 김한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은 “올해는 경기 확장의 저변이 더 넓어지면서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는 세계 경제가 확장 국면을 유지하고 교역 신장률도 높아짐에 따라 당분간 수출 호조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제공

[대담=김일순 대전본사 경제부장]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11월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금리인상은 주로 경기 흐름 개선에 기인한 것인데 신년에도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지?

“지난해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의 강한 성장세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인 데다 민간소비도 완만하게 회복됐다. 이에 따라 경기 흐름이 크게 개선됐다. 올해는 경기 확장의 저변이 더 넓어지면서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세계 경제가 확장 국면을 유지하고 교역 신장률도 높아짐에 따라 당분간 수출 호조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민간소비도 적극적 재정정책 등의 효과가 가시화되면 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용시장의 더딘 회복, 대출금리 상승 등이 소비 증가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국내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지만 반도체 등을 제외하면 우리 경제가 답보상태에 있는 듯하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말씀하신 대로 거시 지표와 체감 경기 간에 괴리가 있다. '반도체 독주' 현상 때문이다. 산업별로 경기 지표를 보면, 반도체가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의 수출 증가 기여율(1~11월)은 43%였고, 설비투자 증가 기여율(1~10월)은 80%였다. 상장사의 영업이익(1~9월)은 전년에 비해 26.1조원 늘어났는데 이 중 반도체 기업 증가분이 26조원이었다. 이례적 현상이다. 왜 그럴까? 반도체 등 테크 위주의 경기회복은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현재 글로벌 경기회복은 구글 등 테크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새로운 혁신상품 대부분이 이들 기업에서 나오고, 새 일자리도 형태는 다르지만 이들 기업이 창출하고 있다. 글로벌 10대 기업 지형도 무서운 속도로 바뀌고 있다.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 등 미국과 중국의 디지털 기업들이 세계 10대 기업의 지위를 새롭게 차지했다. 반면 엑슨, GE 등 전기혁명 시대의 기업들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GE는 작년 11월 전구와 기관차 부문의 매각을 결정했다. 전기혁명과 화석연료 위주의 옛 기업 시대가 가고, 새로운 테크 기업의 시대가 오고 있다. '닷컴 혁명' 또는 '인터넷 시대'를 넘어서는, 이른 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가 본격 개막되고 있는 셈이다. 이 맥락에서 볼 때 국내의 '반도체 독주' 현상은 반도체 기업 외에는 테크 기업이 많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의 경우 옛 기업들은 쇠퇴하고 있지만 새 기업들은 힘 있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고, 일자리 창출도 정체해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독주와 디지털 전환 시대의 본격 개막, 의미 있는 지적이다. 많은 분들이 말하는 4차 산업혁명과 비슷한 뜻인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우선 디지털 전환의 의의에 대해 정리해보자. 많은 학자들에 따르면, 1차 산업혁명 이후 세계는 여러 차례 '기술-경제 패러다임(techno-economic paradigm)'의 전환이 있었다. 이번 전환을 디지털 전환이라 부른다. 디지털 경제는 ‘한계비용 제로’ 경제다. 전통 경제와 달리 수확이 체증한다. 구글 등 거대 테크 기업의 약진 배경이다. 특히 인공 지능과 빅 데이터는 21세기의 '전기'다. 중장기적으로 디지털은 '책상 위(컴퓨터)'와 '손바닥 안(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인간 생활의 구석구석에 들어올 것이다. 우선 생산 활동에서, 인간의 근력은 물론 지력이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다. 집안의 전기 제품, 거리를 메운 자동차, 일하는 사무실도 디지털 전환과 함께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디지털은 탈 수도, 입을 수도, 먹을 수도 없다’는 디지털 패러독스(digital paradox)가 사라지면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에 대한 '투기 광풍'도 이 거대한 전환이 가져온 파장일 뿐이다. 문제는 이 전환이 단지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거대한 전환은 사회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이다. 로봇 시대를 가져와 인간의 삶과 노동을 뿌리 채 흔들어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비트코인 채굴에서 볼 수 있듯이 전기 소비를 천문학적으로 늘려 에너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과제는 디지털 전환에 맞는 '전환기적 대혁신'을 준비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제생태계, 그리고 산업구조의 새판을 어떻게 짤지’, ‘확대 될 노동유연화와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해결할지’, ‘에너지의 지속 가능성은 어떻게 확보할지’ 등에 대한 전면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로봇 봉건제(robot feudalism)’ 등과 같은 재앙이 올지도 모른다. 이 전환의 성공은 오직 준비된 정부, 준비된 기업의 몫이다. 20세기 초중반 전기혁명을 성공시켰던 미국의 루스벨트와 에디슨처럼 말이다.”

-우리 지역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 등과 연계해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의 도약을 준비 중인데 성공 조건은?

“대덕특구는 우리 지역의 큰 자산이다. 입주한 연구기관이나 기업들 대부분이 IT(38%), ET(16%), BT(15%), NT(9%) 등 첨단기술 분야에 종사하고 있고, 연간 7조원 규모의 대규모 R&D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덕특구가 우리 지역경제와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충청의 ‘갈라파고스 섬’이라고 부른다. 한편으로 특구의 수요자가 지역 밖에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 역내에 혁신생태계가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우리가 디지털 전환에 합류하려면 산업구조의 새판 짜기가 긴요하다. 그런데 혁신생태계가 없으면 이런 새판 짜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덕특구를 혁신성장의 플랫폼으로, 그리고 그 주위에 스타트업, 중소벤처가 중층적으로 배치되는 지역 혁신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긴요하다. 지역의 모든 역량과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소득의 불균등이 심화되고 지역간 경제발전 격차도 큰 것 같은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충청권은 과거 20년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장 동력이 거의 소진된 가운데 기업 이윤이 가계 소득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크게 약화됐다. 이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되고 내수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다. 이는 세계화 및 기술진보 등과 관련이 깊다. 우리 지역은 기술집약도가 높고 글로벌 밸류체인에 편입된 IT산업 위주로 성장하면서 숙련별 임금격차가 확대됐다. 또 이들 거대기업이 입지한 아산만벨트와 다른 지역간 소득격차도 뚜렷해졌다. 이에 더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대기업 중소기업간, 정규직 비정규직간 임금격차가 확대된 데다 고령층,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소득여건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 이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 차원에서는 재정분권의 확대가 선결과제다. 많은이들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획기적 재정분권을 통해 지역정부 스스로 포용적 성장정책을 직접 설계하고 집행하는 것이 긴요하다. 이와 함께 강소기업 육성,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등을 통해 역내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권역간 균형발전 정책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지역은 글로벌 여건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충청권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 변화와 잠재 리스크는?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 지역의 잠재 리스크로는 우선 중국의 뉴노멀화 및 경제 강국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중간의 통상마찰 가능성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우리 지역에 있어 중국 경제의 '변신'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성장 패러다임을 소비·내수 주도형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중국제조 2025' 등을 통해 중간재 국산화, 경제 디지털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중간재 수출 기업이 계속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개정 협상, 미·중간의 잠재적 통상마찰도 직·간접 경로를 통해 지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주력산업에 대한 모니터링과 함께 산업 구조의 새판 짜기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한편 대내적으로 발등의 불은 가계부채 문제다. 가계부채의 건전성은 양호하지만, 지난 4년간 부채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소비 및 내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 지역은 변동금리 대출이 많아 부채구조의 질적 개선 등을 통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저출산과 지방소멸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소멸 리스크는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적인 문제다. 정책대응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역차원에서도 맞춤형 저출산 대책, 권역간 불균형 완화 등 정책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정리=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