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소방관 등 트라우마, 수면제 복용에도 잠 못이뤄
TV 뉴스는 아예 보지 못해 시, 유가족 등 심리지원키로

29명이 희생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에서 중학생 손자와 함께 15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이 모(69) 씨는 요즘 빨간색을 일부러 쳐다보지 않는다.

참혹한 화재 현장에서 자신의 손을 붙잡고 "살려달라"고 절규하던 희생자들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다.

화재 현장에서 허리를 다쳐 입원 치료를 받는 이 씨는 병실까지 들려오는 소방차·응급차 소리에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어 병실을 나와 집에서 자기도 한다. 수면제를 먹어도 2시간 이상을 자지 못한다. TV 뉴스는 아예 보지도 않는다. 제천 화재 참사 뉴스를 접하기가 두려워서다.

슬라이드뉴스2-제천화재.jpg
▲ ⓒ연합뉴스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 씨는 30일 퇴원한 뒤 조용한 곳으로 들어가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예정이다. 그런 다음 다친 척추를 치료받을 계획이다. 그는 화재 현장에서 다쳐 6주 진단을 받았다. 이 씨처럼 화재 현장에서 다친 이들과 구조·진압 작전을 펼쳤던 소방관이 심각한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고 있다. 제천소방서 구조대 김 모(38)씨는 "한명이라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 "피곤하지만 잠을 제대로 못자고 고통스러워하는 대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소방본부는 심리검사·설문조사를 통해 트라우마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심층 상담을 통해 치료할 계획이다.

제천시의 한 관계자는 "지난 22일부터 부상자를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하는 데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으로 고통을 받는 이도 있다"고 전했다.

심리지원에 나선 한 의사는 "부상자들이 불면, 우울증, 불안, 위장 장애, 소화불량 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부상자들에 이어 유가족과 사고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희생자 지인 등에 대한 심리지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