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소방관 등 트라우마, 수면제 복용에도 잠 못이뤄
TV 뉴스는 아예 보지 못해 시, 유가족 등 심리지원키로
29명이 희생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에서 중학생 손자와 함께 15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이 모(69) 씨는 요즘 빨간색을 일부러 쳐다보지 않는다.
참혹한 화재 현장에서 자신의 손을 붙잡고 "살려달라"고 절규하던 희생자들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다.
화재 현장에서 허리를 다쳐 입원 치료를 받는 이 씨는 병실까지 들려오는 소방차·응급차 소리에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어 병실을 나와 집에서 자기도 한다. 수면제를 먹어도 2시간 이상을 자지 못한다. TV 뉴스는 아예 보지도 않는다. 제천 화재 참사 뉴스를 접하기가 두려워서다.
소방본부는 심리검사·설문조사를 통해 트라우마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심층 상담을 통해 치료할 계획이다.
제천시의 한 관계자는 "지난 22일부터 부상자를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하는 데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으로 고통을 받는 이도 있다"고 전했다.
심리지원에 나선 한 의사는 "부상자들이 불면, 우울증, 불안, 위장 장애, 소화불량 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부상자들에 이어 유가족과 사고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희생자 지인 등에 대한 심리지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