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 속 사연]


구랍. 음력으로 지난해 섣달, 묵은 12월을 가리킨다. 섣달 '납(臘)' 앞에 오래 '구(舊)'가 붙어 구성된 글자다.

'객랍(客臘)'이라고도 한다. "구랍 31일 저녁 해돋이를 보기 위해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 "그는 舊臘 31일 밤 11시 59분 59초 그 해 마지막으로 태어났다." 그냥 '묵은 12월'하면 되지 왜 이렇게 어려운 말을 쓰게 됐는가?

'臘' 자를 분석해보면 그 유래를 알 수 있다. '臘'은 고기를 뜻하는 '월(月: 肉과 동음)'과 수렵을 뜻하는 '렵(獵)'이 합쳐진 글자다. 따라서 '臘'은 '사냥해서 잡아 온 짐승고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 중국에서 먼저 사용된 말이다. 한나라 이후 매년 동지(冬至) 후 셋째 술일(戌日)에 사냥해서 잡아 온 산짐승을 제물로 바치며 마을의 안녕과 조상신의 음덕을 비는 제사를 대대적으로 올렸다. 이 날을 납일(臘日)이라, 이 날 지내는 제사를 납제(臘祭) 또는 납평제(臘平祭), 납형제(臘亨祭)라 했다. 물론 '납일'의 날짜를 정하는 데는 시대마다 조금씩 달랐다. 한(漢)· 송(宋)에서는 술일(戌日), 위(魏)에서는 진일(辰日), 진(晉)에서는 축일(丑日)로 했다. 그러나 그 후에는 대개 '술일'로 했다.

조선시대에는 셋째 미일(未日)로 정했다. 이날 나라에서는 새나 짐승을 잡아 종묘사직에 공물(供物)로 바치고 대제(大祭)를 지냈다. 백성들 역시 집집마다 짐승을 잡아 조상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이렇듯 동지 후 셋째 '未日'에 제사를 지내던 것이 점차 12월 한 달로 확대되면서 '臘'의 뜻 역시 음력 12월을 뜻하는 섣달로 까지 확대됐다. 따라서 '지나다', '오래다'는 뜻의 '舊'와 음력 12월을 뜻하는 '臘'을 결합해 '구랍'이라 해 '지난해 섣달'을 일컫게 된 것이다.

과거 몇 년 전 한자어를 사용할 때가 있었다. 이 때 새해가 되면 신문 등 언론에서 며칠 동안 12월을 언급할 때 '舊臘'을 즐겨 사용했다. 하지만 한자어가 신문 등에서 사라지기 시작한 이후 사용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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