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럼]
고일환 충남도 복지보건국장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금년 9월말까지의 출생아 수는 27만8100명으로 2016년보다 12.2%가 감소했으며 합계출산율도 사상 최저를 기록했던 2005년 1.08명보다 낮은 1.04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 현상은 왜 계속되는 것일까?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속되고 있지만 주요 원인은 청년층이 결혼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 주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혼인 건수를 보면 2015년 30만2800건, 2016년 28만1600건, 2017년 9월까지 19만5000건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2017년 ‘충청남도 저출산 대응 5개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첫째로 결혼비용과 주거비용 마련이 21.9%로 가장 많고, 둘째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경제적 부담이 21.3%, 셋째로 결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15.8%, 넷째로 일과 출산을 병행하기 어려워서 14%로 조사됐다.

▲ 고일환 충남도 복지보건국장
우리나라의 결혼식은 체면 중시 또는 사회적 과시 욕심 때문에 호텔 또는 고급예식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웨딩컨설팅업체 듀오웨드가 발표한 2017년 결혼비용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결혼비용은 약 2억6000만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구입비가 1억8640만원, 예식장 1905만원, 예물 1798만원, 예단 1767만원 등이 소요된다고 하니 사회 초년생인 청년이 주택마련 등 결혼비용을 스스로 마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청년이 결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청년일자리 마련이 필수고 결혼비용을 낮추는 일이 시급하다. 다행히도 정부에서는 2022년까지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20만호와 청년 임대주택 30만실을 공급한다고 하니 계획대로 된다면 주택문제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여지지만 작은 결혼식 문화 확산은 아직도 요원하다. 정부에서도 작은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등 저비용 결혼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가 대부분 경제적인 면에서 기인하는 것이지만 더 큰 문제는 결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비율이 15.8%에 달한다는 것이다.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인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행복한 가정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 주는 것이 우선이다. 아무리 정부에서 보육료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확대한다고 해도 청년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충남도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정책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성폭력 예방교육처럼 모든 공무원 및 초·중·고생에게 매년 맞춤형 인구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결혼 적령기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인식개선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청년이 결혼을 꿈꾸게 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주거정책, 보육, 교육 등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결혼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에 바람이 있다면 선진국처럼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 및 결혼지원금 지급 등 획기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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