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규 건양대 학사운영처장
[아침마당]

한 해를 마무리를 해야 하는 12월이다. 우리대학에서는 2학기가 끝나고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학사보고회를 학습성과보고회로 명칭을 바꿔 진행하고 있다. 학사보고회에서 학습성과보고회로 바뀌다보니 자연스레 보고회를 채우는 내용물에는 우리가 교육한 학생들이 지난 1년 간 대외적으로 거둬들인 성과물을 보고하게 돼있다. 올해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성장한 성과를 모든 구성들에게 보고할 수 있게돼 행사를 총괄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절로 입가에 미소가 돌곤 한다.

가을부터 단과대학별로 engineering fair 등과 같은 학생들이 수행한 프로젝트형 수업의 결과물을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학생들, 특히 4학년들은 그들이 4년 간 받은 교육의 결정체를 하나의 작품과 논문으로 발표하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배운 교과목 중에서 5과목을 선택해 졸업시험을 치러 졸업을 하는 것이 대세였다. 그러나 우리대학을 비롯해 많은 대학들의 교육이 변했다. 사실 이렇게 변한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그 때까지 대학별로 규모와 여건을 고려해 재정지원을 하던 것은 일부 재원은 학교에서 특성화를 위한 사업을 대학별로 경쟁을 시켜 차별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정부에서는 경쟁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만들고 대학을 경쟁시켰다. 우리대학은 이에 잘 대응한 덕에 역사에 비해 짧은 시간에 인지도가 높은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 사업들 추진하면서 가장 큰 변화의 핵심은 학생중심의 교육의 도입일 것이다. 이제는 일반 교수들도 교육학과 교수나 알고 있었던 다양한 교육방법을 접하게 되었고, 이런 교수법의 보급을 위해 국책사업을 하는 각 대학마다 교수학습지원센터나 고등교육평가센터 등을 설치했다. 교수들은 그들이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교육방법을 이들 센터의 교수님한테 교수법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교수법을 시도하고 있다. 참으로 隔世之感(격세지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세대에 보았던 여유 있던 교수님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으니 말이다.

우리대학도 이 시대 흐름에 저극 동참한 결과 양질의 성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 공모전에 우리 대학생들이 팀을 이뤄 만든 작품을 가지고 출전해 세계적인 회사나 대학들과 경쟁한 결과 좋은 수상을 했다. 어느 학과에서는 수업의 일환으로 본인들이 연구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한 프로젝트 결과물을 전국 규모의 학회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프로젝트 경진대회에 나가 수강생 전원이 수상하는 경이적인 결과까지도 나왔다. 이번에 전원이 수상한 성과는 한 프로젝트형 수업을 수강하는 20여명의 학생들 전원이 9개 팀을 구성하고 그들이 수업시간에 완성한 결과물을 가지고 전국대회에 나가 전원 입상한 사례이니 이미 졸업한 그들의 선배와 비교할 때 隔世之感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올린공과대학이나 미네르바대학과 같은 소규모이면서 실험적 성격이 강한 대학이 추구하는 프로젝트형 수업을 우리 모든 교수님들이 선호하는 것은 사실 아니다. 국가면허를 취득해야하는 의료보건계열의 학과나 사범계열 학생들에게는 주어진 환경이나 여건 자체가 이런 교육을 받기에는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고 교수님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심한 거부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대학들과 교수들이 변하고 있고 그 변화의 주축을 담당하는 것도 대학과 교수들이라는 것이다.

내가 소속해 있는 학과만해도 이번에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졸업논문을 쓰지 않고 기존의 졸업시험을 치러 졸업하는 학생의 비율은 20% 이하로 떨어졌다. 이제는 학생들을 평가하는 방식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학생들의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을 평가해 학생이 대학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 했는지를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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