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호 대전·충남중소벤처기업청 비즈니스지원단 상담위원
[투데이포럼]

영국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모험소설 ‘보물섬’을 어릴 적 만화영화로 봤던 기억이 있다. 소년 짐 호킨스는 해적으로부터 보물섬의 지도를 얻어 지주, 의사, 요리사인 해적 롱 존 실버와 함께 보물섬을 찾아간다. 파란만장한 모험 끝에 결국 착한 사람들이 보물을 찾아낸다는 이야기다.

어드벤처는 흥미있고 역동적인 모험을 의미한다. 벤처는 동사형으로써 ‘모험한다’는 뜻이다. 모험에는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보물섬을 찾아 떠나는 모험은 즐겁고 설렘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벤처 정신은 보물섬을 찾아 떠나는 희망에서 오지 않을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국토가 분단되고 자원이 없는 빈국이 창업자들의 기업가 정신에 힘입어 짧은 시간 자동차, 조선, 반도체, 철강 등 세계에서 핵심 산업 분야 강국으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전성기를 맞았던 사업들은 차츰 성장의 한계를 느끼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핵 문제 등 국제 정세와 맞물려 매출이 줄고 주력 산업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은 산업지도를 바꾸며 일자리를 줄이고 사회 전반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공급이 넘쳐나는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블루오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모험 정신과 고도의 집중력 발휘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일찍이 역사적인 고난과 위험을 감수하며 1948년 척박한 땅에 창업 국가를 건설했다. 빈약한 자원, 적국으로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 인구 770만명의 협소한 내수시장, 연일 떨어지는 포탄의 참호 속에서도 그들은 기술을 혁신해 원자력을 개발하고 의료기술을 발전시켰으며, 인터넷 기반 독보적 IT 기술을 확보해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비했다.

탈무드와 모세오경의 지혜를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법을 배우며 하브루타 교육 방식으로 창의력을 키워왔다. 어려서부터 대학입시를 위해 정답이 있는 문제풀이에 급급한 우리의 교육 현실과는 차이가 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의 정신을 ‘후츠파’라고 한다. 후츠파는 무례, 뻔뻔, 철면피 따위를 뜻하는 히브리어로 이와 함께 용기, 배포, 도전성 따위를 뜻하기도 한다. 후츠파는 이스라엘의 독특한 정신문화로 권력자 또는 권위자에게 자기 생각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용기의 밑바탕이 된다. 이는 ‘위험의 감수’의 정신이며 형식 파괴, 목표 지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의 문화는 이스라엘을 세계가 인정하는 지식 강국, 벤처 강국의 롤 모델로 만들었다.

1998년 국내 벤처기업을 육성한 이레 20년이 지났다. 지난 10월 3만 4812개의 벤처기업이 생멸의 과정을 거쳐 생존 중이다. 이 숫자가 말해 주듯 벤처기업은 양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벤처의 핵심 동력이 약해지고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국제 정세와 맞물려 벤처호는 마치 나침반없이 표류하는 배와 같다. 이 시점에서 우리와 환경이 유사한 이스라엘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어릴 적 보물섬 이야기에서 희망을 찾는 것은 우리에게도 창의력과 부지런함의 유전인자와 숙성된 기간산업, IT인프라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물섬의 희망과 모험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분위기가 보태진다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벤처강국의 면모를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중소벤처기업부의 비즈니스 지원단은 모험을 떠나는 젊은 기업들에게 영원한 동반자가 될 것이며 오늘도 각 분야 역량있는 전문가들이 여러분의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함께 항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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