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갈색 폭격기', 삼성화재 '명가 재건' 시동
변함없는 배구 철학 "기초가 탄탄한 배구가 오래 살아남는다"

▲ (용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의 신진식(42) 감독이 30일 오후 경기도 용인의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30 
    changyong@yna.co.kr
▲ (용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의 신진식(42) 감독이 30일 오후 경기도 용인의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30 changyong@yna.co.kr
신진식 감독 "10년 전도 기본기, 지금도 기본기입니다"

돌아온 '갈색 폭격기', 삼성화재 '명가 재건' 시동

변함없는 배구 철학 "기초가 탄탄한 배구가 오래 살아남는다"

(용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진했던 삼성화재가 올 시즌 '명가 재건'을 향해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그 중심에는 새로 부임한 신진식(42) 감독이 있다.

현역 시절 '갈색 폭격기'로 불리며 삼성화재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신 감독은 지난 4월 친정팀 지휘봉을 잡았다.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이 사라진 그곳에서 신 감독은 기초부터 다시 다졌다.

전술 훈련에 앞서 기본기를 튼튼히 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체력 훈련의 강도는 팀 관계자들까지 저렇게까지 해도 되나 걱정할 정도였다.

기본으로 다시 돌아온 삼성화재는 거짓말처럼 모든 게 달라졌다.

지난 시즌 4위에 그치며 프로배구 V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봄 배구' 진출이 좌절된 아픔은 옛말이 됐다.

삼성화재는 개막 후 2연패 뒤 10연승을 거둬 승점 9점 차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2라운드 전승을 거둔 것은 물론 1천743일 만에 10연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 V리그가 역대 어떤 시즌보다 각 팀의 전력이 평준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화재의 파죽지세는 놀라울 정도다.

지난달 30일 삼성화재의 훈련장이 있는 경기도 용인의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신 감독을 만났다.

신 감독은 "10연승은 예상하지 못했다. 라운드별로 4승 2패 정도면 잘하는 거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여기까지 오니까 욕심이 생긴다"고 웃으며 말했다.

신 감독이 부임 때부터 강조해온 기본기와 팀워크가 살아나면서 삼성화재는 현재 공격 성공률 1위(56.79%)에, 범실(274개)은 가장 적은 효율적인 배구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 감독은 "모든 건 기본에서 출발한다. 기초가 탄탄한 건물이 오래가듯이 기본기 탄탄한 배구만이 오랫동안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팀 전력에서도 어느 한 자리 빈틈을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화재는 중앙에 박상하와 김규민이 버티고, 타이스 덜 호스트와 박철우의 좌우 쌍포에 리시브와 디그를 담당하는 류윤식과 부용찬이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삼성화재 전력의 마지막 퍼즐로 꼽혔던 황동일은 주전 세터 유광우(우리카드)가 빠져나간 공백을 거의 완벽히 메워냈다. 키 194㎝의 장신 세터 황동일이 가세하면서 블로킹 벽은 더욱 견고해졌다.

사실 황동일 카드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황동일은 탁월한 신체 조건에도 기복이 심했고, 고비처에서 흥분하거나 의욕이 지나쳐 경기를 그르칠 때가 많았다. 세터로 자리를 잡지 못해 라이트와 센터를 전전했다.

지난 시즌까지 누구도 황동일을 조련해내지 못했다. '야생마'로 불렸던 황동일은 그러나 신 감독 밑에서는 '순한 양'으로 변신했다.

신 감독은 "황동일이 이 정도까지 해주리라고는 기대 안 했다"라며 "지금까지는 기대 이상으로 해주고 있지만, 어제 경기로 믿음이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신 감독이 언급한 경기는 지난달 29일 우리카드전(3-1승)을 말한다. 삼성화재는 우리카드 주포 크리스티안 파다르가 허리 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한 상황에서도 힘겹게 승리했다.

2세트에서 13-8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세트를 빼앗긴 데 이어 4세트에서는 국내 선수들로만 나선 우리카드를 간신히 따돌리고 경기를 끝냈다.

세터 황동일이 우리카드의 세터 유광우와 자존심 대결에서 지지 않으려고 욕심을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신 감독은 경기 뒤 라커룸에서 황동일에게 "너 하나 때문에 팀이 지면 되겠느냐"고 따끔하게 혼을 냈다.

신 감독은 "세터는 팀이 이기든 지든 눈에 보이면 안 되는 자리다. 세터는 공격수를 살려주는 게 자신의 임무다. 자기가 드러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두 가지만 강조한다. 서브로 포인트 내려고 때리지 말고, 블로킹은 잡으려고 뜨지 말라고 항상 얘기한다. 욕심이 범실을 낳고, 경기를 그르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각자 기본만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개인이 아니라 팀을 위해 움직일 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싹트고, 그래야 고비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끈끈함이 나온다고 신 감독은 믿는다.

선수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였던 신 감독은 신치용(62) 삼성화재 단장이 감독일 때 그 아래서 실업리그 7연패, 77연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188㎝로 키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뛰어난 점프로 국제대회에서도 맹활약했다. 국가대표팀에서 2002년과 2006년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이끌었다.

신 감독은 32세였던 2007년 코트를 떠났다. 현역 생활을 연장할 수도 있었지만, 삼성화재에서 은퇴를 결심했고 호주로 건너가 2년간 트레이닝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다. 이후에는 국가대표 트레이너와 홍익대 감독, 삼성화재 코치를 거쳐 지휘봉을 잡았다.

현역 은퇴 직후인 2007년 11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신 감독은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기본기만 가르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린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추구하는 배구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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