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고주망태. 술에 몹시 취해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다. "툭하면 밤늦게 고주망태가 되어 귀가하더니 간덩이가 성할 리 없지", "고주망태나 인사불성이나 곤드레만드레나 그놈이 그놈이제" 한자어 '苦酒(고주)', 독한 술에서 고주망태가 유래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고주망태'는 옛 문헌에 보면 '고조망태'로 나온다. 언제부턴가 '고조'가 '고주'로 변형돼 지금에 이른다. '고조'는 '술이나 기름 등을 거르거나 짜내는 틀'을 말한다. 한자어로 주자(酒 )이고, 한글로는 '술주자'라 한다. '망태'는 '새끼나 노로 엮어 만든 그릇을 이르는데 망태기의 준말'이다. 이쯤 되면 대충 '고주망태'의 유래를 알 수 있다.

'술을 거르는 고조 위에 놓은 망태기'를 한 번 상상해 보자. 망태기 사이로 술이 술술 내려가니 망태기와 고조는 늘 술에 절어 있다. 이 상황이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정신을 잃은 만취자를 비유하게 된 것이다. 이와 유사한 '모주(母酒: 약주를 뜨고 난 찌꺼기 술)망태'가 있다. '고주망태'는 반드시 술에 취한 상태나 사람을 일컫는 반면, '모주망태'는 술을 늘 대중없이 많이 마시는 사람을 말한다. '모주망태'는 말술이라도 사양하지 않는, 주량이 대단한 두주불사(斗酒不辭)와 유사하다.

또 한 해가 지나간다. 송년회와 망년회에다 00계, 00친목회, 00상조회 등 유난히 모임이 많은 우리의 성격상 술 마실 기회가 참 많다. 돌돌이 잔과 폭탄주 문화에다 술 권하는 사회가 된지 오래니 술 마셨다하면 '고주망태'가 되기 십상이다. 한 해 술 소비량의 30% 이상이 연말에 집중된다고 한다. 죽기 살기로 마신 셈이다. 술장사 돈 벌어 좋고 주당(酒黨)은 취해서 좋다. 모두 살 판 났다.

대주당가 인생기하 비여조로 거일고다(對酒當歌 人生幾何 譬如朝露 去日苦多: 曹操의 短假行 일부). '술 마시고 노래하세. 인생 그 얼마나 되리오. 아침 이슬처럼 짧지만 지나간 나날 고생 많았지.' 하지만 주자(朱子)는 취중망언 성후회(醉中妄言 醒後悔)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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