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북 고창의 육용 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7일 가금류 도축장 출하검사 중 의사환축을 발견해 정밀검사 한 결과 H5N6형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방역당국은 즉시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단계로 상향조정하고 20일 0시를 기해 48시간 동안 가금류에 대한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어렵게 얻은 AI 청정국 지위를 37일 만에 박탈당하게 돼 안타깝다.

H5N6형 AI는 지난해에도 창궐해 엄청난 피해를 냈다. 이번에 AI가 발생한 농장은 철새도래지인 동림저수지와 인접(250m)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림저수지 주변 농장에서는 지난 2014년과 지난해에도 AI가 발생했었다. 그렇다면 방역에 보다 철저를 기했어야 했다. 방역당국은 해당 농가의 노후화된 축사시설을 확인하고 이농가와 위탁계약을 맺은 계열화사업자에 대한 법적대응 방침을 내비쳤다.

충남·북도가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충남도가 천안·아산 등 4개 시·군에서 운영하던 거점소독시설을 15개 시·군 전역으로 확대한 건 잘한 결정이다. 이번에 AI가 발생한 고창농장은 철새도래지인 충남 서천과 불과 52㎞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또 충남 논산은 전북과 경계지역이다. 고창농장 출입 차량이 있는지 면밀히 파악해야한다. 충북에는 문제의 농장과 같은 계열사에 소속된 농가가 2곳이 있지만 현재 사육되는 가금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I발생이 빈발하면서 겨울철 '오리사육 휴지기제'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AI가 자주 발생하는 겨울철에 오리 사육을 중단해 AI 발생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것이 오리사육 휴지기제다. 대상 농가는 AI에 취약한 농장이다. 이 기간 오리를 사육하지 않는 농가에는 사육 휴지기 보상금이 지급된다. 광역자치단체로는 최초로 충북도가 지난달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AI감염 가금류를 살처분 하느니 휴지기제를 도입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살처분 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은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대비해야겠다. AI가 확산되면 이동제한이 불가피해 세계인의 축제인 동계올림픽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성공적인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서도 AI 조기 차단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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