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기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특목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큰 이슈다.

현재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고등학교의 서열화에 주목하며 이것이 공정하지 못한 제도임을 말하고 있다. 아마 이 '불공정함'이라 함은,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데 있어서의 유연함을 가리키는 듯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자사고의 국·영·수 단위수는 전체 단위수의 절반을 넘는다. 이는 국어, 영어, 수학이 대입에 중요한 과목이므로 입시에 유리해지기 위해서다.

지금 당장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현재 추진되는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살리는 교육'보다는,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과 학벌주의 타파이다. 대학교의 서열화로 인해 사회생활에 있어 차별을 받으며, 과정보다는 결과 중심으로 평가되는 사회구조 안에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자사고에 대한 비판은, 불합리한 교육제도 그 자체에 대한 책임을 자사고에게로 떠넘기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사람들은 자사고가 입시준비 기관이라고 비판하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사고는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에만 집중하고 있기보다는, 학생들의 지식수준과 교양, 기본적 역량, 그리고 미래 인재로서의 자질 그 자체를 향상시켜주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고 교육을 불공정한 제도라 하는 것은, 좋은 교육환경을 갖추지 못한 일부 공립학교들의 황폐화를 자사고 탓으로 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 양질의 교육을 위해 서슴없이 사교육에 돈을 들이고 있는 사회적 흐름을 고려할 때, 자사고와 외고가 일반고로 모두 전환된다면, 상위권 학생들은 학교 수업보다 높은 수준의 수업을, 하위권 학생들은 더 낮은 수준의 강의를 원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오히려 더 사교육이 성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목·자사고 진학을 희망, 또는 희망하지 않는 개개인의 선택이 존중되고, 재학생에 한해 각 학교의 특색을 살린 다양한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이 시스템 자체의 시행 목적이었던 '개인의 능력과 요구에 맞추어진 다양성'은 그런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자사고 폐지가 정말 당장 필요한 움직임인지 재고의 여지가 존재한다. 이승연<전주 상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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