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규 건양대학교 학사운영처장
[아침마당]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로 지난 5월에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해 국무회의를 통과시켰는데 그 골격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교육을 이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정책으로 대학의 학사제도를 유연화 한다는 취지이다.

이미 일부 대학에서는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학교육의 혁신차원으로 유연학기제를 도입했다는 것을 기사를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많은 대학들이 이번 개정된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존의 대학의 학사제도는 2개 학기 수업일수 30주를 확보하고 여기에 하계방학과 동계방학을 이용해 최대 4학기까지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시행령에는 획기적인 학사운영제도로 1학점 15시간만 확보하면 1년 30주 운영 시스템을 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1학기 15주에 걸쳐 이수하던 수업을 학점 당 15시간만 확보된다면 4주 만에서도 끝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우리대학 일부 단과대학에서 이미 운영하고 있는 4주 1학기에 기초한 1년 10학기제, 동계방학과 학계방학 학기를 포함해 6학기제 등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유연학기의 도입 취지는 교육과정 이수체계의 유연성을 확보해, 기본적으로 기존의 학과를 뛰어 넘는 새로운 연계 전공의 도입, 복수전공의 용이성 제고, 무엇보다 새로운 학문의 출현에 대비한 학생 스스로 설계하는 신전공의 도입을 지원하고자 함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경영, 화학, 물리, 기계 등의 학문은 오랜 기간 우리 대학에서 맹주 역할을 해 왔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대학의 핵심 학문으로 대학을 대표하는 학과임을 자부해 왔다. 그러나 지금 이들 학과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그 규모가 작아졌고, 테크노경영, 의약바이오, 메카트로닉스 등 파생 학문을 하는 학과들이 그 영역을 넓혔다. 그러다 보니 대학은 이과대학이나 자연과학대학의 규모는 축소되고 대신 과학기술대학, 테크노경영대학 등 융합 학문에 바탕을 둔 단과대학이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한 때는 전공을 미리 정하지 않고 대학에 들어와서 자신이 전공을 탐색하면서 전공을 정하는 자율전공이 대학 입시에서 맹위를 떨친 적도 있다. 그래도 이런 대응이 지금의 과학기술산업의 변화를 준비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산업과 사회의 발전에 따라 그 때마다 성숙하지 않은 학문 영역을 바탕으로 학과를 만들 수는 없다.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80년대 가장 뜨거웠던 학과인 '제어계측공학과'는 그리고 8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산업공학과'는 지금에 와서는 왕좌의 자리를 내주고 뒤로 한 발짝 물러나 상황이고, 이제는 4차 산업 혁명을 대변하는 빅데이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의료관광 등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하나의 독립적인 완성체의 학문으로서 학과를 구성할 정도인가이다. 다시 말해 우리대학은 이들을 하나의 전공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 학생과 사회는 이 분야의 전문 인력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력을 대학이 양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없던 전공을 만들어 내야하는 것이고, 학생들은 그 분야에 맞는 교과목들을 이수해야하는 것이다.

교육은 대학에서 기존의 관련 전공에서 배우고, 직무에 관련된 전문지식은 산학협력을 통해 비교과 프로그램과 같은 직무교육과 현장실습을 통해 배워야한다는 것이 제시될 수 있다. 이런 교육과정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학생들이 다양한 전공 교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산학을 통해 산업체의 전문 인력을 대학교육 현장에 연계하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현장실습의 기회를 줘야 하고, 교수들에게는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교육과정의 설계 없이는 우리 대학이 4차 산업시대를 넘어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할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 한계에 부딪치고 말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