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2박 3일간의 바레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바레인으로 출국하면서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혐의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그의 추종세력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나라가 어려운 데 과거사 파헤치기만 한다”는 그의 불만에 대해 국민들의 평가는 단호하다. 과거 없는 현재 없고 현재 없는 미래는 없다는 게 주된 평가다. MB는 대한민국의 고귀한 가치를 말할 자격조차 없다고 일갈한다. 누구 때문에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반응이다. 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 비리는 시작도 안 했는데, 겨우 국정원 댓글 수사에 벌써부터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대한 성난 민심의 표출이다.

급기야 이재명 성남시장은 “MB가 가야할 곳은 바레인이 아니라 박근혜의 옆 방”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화이트리스트, 군 사이버사 댓글,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MB를 둘러싼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제2롯데월드타워 인허가 과정에 특혜 의혹이 있다'며 국민감사 청구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MB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정치권의 의혹 제기까지 더해지면서 이제 그에 대한 의혹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마냥 덮고 갈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연달아 국방장관을 지낸 김관진 씨가 구속되면서 다음 타깃은 MB라는 전망도 기정사실화됐다. 군(軍)과 정보기관을 사적인 정치도구로 악용한 MB의 적폐를 청산하지 않는다면 “이게 나라냐”는 국민들의 탄식은 수그러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MB는 출국장에서 기자들에게 '상식을 벗어난 질문은 하지 말라'고 역정을 내고, 한 측근은 '품격을 생각하라'고 했다니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드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국민의 상식을 무너뜨리고 국격을 훼손하고 법치국가의 뼈대를 흔들어 놓은 의혹에 대해 한 점도 빠뜨리지 말고 해소하고 넘어가야 한다. 사자방 의혹은 물론 대선개입 댓글 의혹,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상 취소 청원 공작 의혹, 국군 사이버사령부 온라인 여론조작 의혹, 제2 롯데월드 인허가 특혜의혹, 방송장악 음모, BBK와 다스 실소유주 논란에 이르기까지 죄다 밝혀야 한다.

상당수 국민들은 지난 12일 MB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가진 일종의 출국 성명을 보면서 1995년 12월 2일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있었던 ‘전두환의 골목 성명’을 떠올렸다. 그는 "검찰의 태도는 진상규명 때문이 아니라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보아 검찰의 소환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었다. 그러고는 고향인 경남 합천에서 안양교도소로 압송됐다. 결기 찬 골목성명 뒤 하루 만의 일이었다.

MB의 출국 성명을 보면서 국민들은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떠올리며 이번만큼은 반드시 적폐를 청산해 주길 소망하고 있다.

“이게 나라냐”는 냉소(冷笑)보다 “이게 나라다”며 미소(微笑) 지을 수 있는 나라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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