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범 대전 대덕구청장
[투데이포럼]

대전을 대표하는 것은 무엇이고, 다른 지역 사람들이 대전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역사성을 내포하고 있을까.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만 딱 무엇이라 이야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근 일각에서 대전의 상징물, 즉 ‘랜드마크(land mark)’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대전과 그 상징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저 일부 장소를 한정하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 큰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는 흔히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을 떠올린다. 거창하면서도 그 지역(나라)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물론 이 안에는 역사와 스토리가 담겨 있다. 이렇게 그 지역민 스스로가 상징물을 자랑스러워하고 지역의 대표 상징물로 여길 수 있는 건 그 상징물에 역사와 그들의 정체성이 그 안에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전의 랜드마크, 아니 상징물은 어떤 곳에 어떻게 들어서는 것이 좋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전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선 회덕에서 찾을 수 있는 역사성에 우리는 주목해야겠다. 회덕의 역사성과 문화는 대전의 정신적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 이후 조정을 좌지우지한 사림의 본거지는 대전 그중에서도 회덕이었다. 회덕을 본거지로 삼았던 김장생은 이이의 성리학을 계승해 기호학파의 중심이 돼 예학을 총정리 했다. 김장생과 그의 아들 김집 아래 400여 명의 학자가 배출되면서 사실상 회덕이 정신문화의 중심이 되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송준길과 송시열 등도 그 중심인물이다.

바로 우리 지역에 깊이 새겨진 정신문화가 숨 쉬는 곳이 회덕이라는 뜻도 된다. 하지만 우리와 외지인에게 회덕은 경부고속도로 ‘회덕분기점’이라는 지리적 명칭만 익숙한 게 사실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회덕의 가치를 제대로 살리며 그 역사를 계승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바로 대전의 정체성을 찾고 우리의 상징을 만들기 위해서는 말이다.

회덕의 입지적 요건과 역사를 논하면서 빼놓기 어려운 곳이 바로 계족산이다. 회덕을 품고 있는 계족산은 그동안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자연이 훼손되지 않았고 국내 관광 100선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을 만큼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계족산황톳길은 매년 100만 명이 넘는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관광 명소로 자리하고 있다. 또 최근 힐링이 관광의 주요한 트렌드임을 고려하면 상징물과 연계 관광을 고려한 입지여건으로는 대전에서 가장 우수한 지역이다. 고속도로가 인접해 외부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랜드마크 입지로도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지역의 상징물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지역의 고유기반과 역사성, 스토리텔링을 통해 지역이 지닌 고유의 강점과 풍부한 잠재력을 현실의 가치로 재창조할 수 있는 곳이 최적의 입지라고 할 수 있다.

대전의 상징을 고민하려면 시민 모두가 이해할만한 이유와 근거, 그리고 지역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누군가 세우고 그게 상징이라면 상징이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시민의 공감과 향후 활용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모두가 인정하며 사랑할 수 있는 대전의 상징 건립에 앞서 좀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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