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충남도 미래성장본부장
[아침마당]

우리나라가 5%대의 성장을 이룩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희미하다. 이제는 3%대 성장률 진입을 경제가 나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에게도 저상장이 일반화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도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모든 지역이 더 많은 산업단지를 만들고 기업을 유치하기를 희망한다. 지역에서 기업을 유치한다는 것은 제조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제조업은 중국의 성장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중국은 제조업굴기 전략으로 부품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이 변화되었다. 이에 따라 중간 가공재 형태의 국내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발전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혁신성장의 주요한 수단은 4차산업혁명기술이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증강현실 등 새로운 기술이 모든 산업부문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초연결성, 초지능화의 특성을 통해 상호 연결되고 융합하면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새로운 경제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경제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지역은 국가정책이 실현되는 '현장'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 앞으로 혁신성장의 핵심은 지역이 될 것이다. 생산과 연구개발, 지원기능의 분리되는 비용개념의 생산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충남경제를 말할 때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걱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양한 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연결과 융합의 시대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첨단기술과 전통적인 농림어업이 결합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이 탄생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스럽게 충남은 제조업의 강점을 갖고 있다. 3농혁신정책을 통해 농림어업도 튼튼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것은 훌륭한 산업인프라이다.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하루아침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지역의 자산이다. 혁신성장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생산과정에서 파생되는 경험을 공유하고 신속하게 피드백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수준 높은 제조현장을 보유한 독일의 경제성장전략이 충남이 지향하는 발전방향이 될 것이다. 충남에 국가차원의 새로운 생산현장 지원모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과거 분공장 형태의 생산비용 절감형 성장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충청남도가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중인 '천안아산역세권 R&D집적지구' 조성은 국가산업 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곳은 제조와 관련된 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이 연계하여 새로운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고 성장원천을 마련할 것이다. 특히, 자치분권 강화에 따른 경제정책의 분권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역이 스스로 필요한 성장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경제주체도 새로운 지역산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연결과 융합의 시대에 맞는 자기역할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기능이 중요하다.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국가의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고 선수로 뛰어야 한다. 그러면서 운동경기를 위한 제반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선을 긋고, 물을 나르고, 잔디를 깍고, 돌을 고르고는 등 노력과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어야 한다. 그를 통해 우리는 더 큰 편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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