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총장 “신속·철저히 수사”, 국정원 정치개입 윗선 규명단계

수사 대상자의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로 한 차례 변곡점을 거친 검찰의 '적폐 수사'가 이제 속도전 국면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법조계에서는 각종 적폐 수사의 '정점'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연내에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9일 검찰에 따르면 문무일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연달아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보장과 신속·철저한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방해에 관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고(故)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지난 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투신해 숨진 것이 계기가 됐다.

변 검사의 사망으로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일었고, 야권에서는 이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인권 차원의 배려를 강화해 비극의 재발을 막는 동시에, 사건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이 계속돼 수사의 정당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빠른 마무리를 주문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사가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지방선거와 맞물릴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수사 상황이 의도와 무관하게 선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만큼 검찰도 연내에 마무리하기 위해 총력을 퍼부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각종 수사의 굵직한 줄기들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이 진행하는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각종 정치개입 의혹 수사는 '윗선' 규명 단계까지 올라와 있다.

온라인 댓글 여론조작을 지시·공모한 민병주·유성옥 전 심리전단장 등 간부들과 실제 활동에 동원된 민간인 댓글부대 '사이버 외곽팀' 팀장들이 상당수 구속됐거나 재판에 넘겨졌다. 국정원의 방송장악 공작에 공모해 실행한 혐의를 받는 MBC 간부들에 대해서도 폭넓은 조사가 이뤄졌고, 김재철 전 사장은 금명간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을 조사한 뒤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정원의 각종 의혹 수사에서 이미 공범으로 적시된 원세훈 전 원장까지, 여론조작의 주축이 된 국정원과 군의 수장은 모두 사법처리 수순을 밟게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여론조작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보고받았을 것이라는 추정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곳곳에 드러나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다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가 진행하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수사가 박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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