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절주절] 

제목만 보면 싸움 이야긴가 싶을 수도 있다. 태권도나 복싱 이야기가 나와야 할 거 같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방어는 진짜 '방魚'다. 물고기 방어. 소주에 회 먹는 것을 최고의 행복이라 여기는 내게 코끝이 시려오면 생각나는 존재가 있다. 바로 방어다. 추워지면 '방어가 제철'이라고 떠드는 탓에 주입식 입맛이 된 건지, 아니면 늘 이때 먹다 보니 생각이 나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찌 됐건 방어가 끌린다.

그런 방어와 연관검색어에서조차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있다. 바로 '부시리(히라스)'다. 둘을 같은 존재라 여기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둘은 같은 전갱이과는 맞지만, 같은 존재는 아니다. 사촌과 같은 사이랄까. 어느 것이 더 맛있나는 모르겠다만 '방어회'를 먹어야 하는 이 계절적 풍조로 인해 진짜 방어를 먹어야 할 것만 같다. 방어가 제철이니 방어를 찾을 뿐이다. 아무리 비슷한 부시리가 와도 방어가 아니라면 사기당한 기분이다. 짝퉁을 먹은 기분이다.

3년 전 겨울, 지인들과 한잔 기울일 겸 횟집에 갔다. 주인장의 "방어가 제철이외다"라는 말에 방어로 주문했다. 그러나 막상 회가 나오자 낚시를 깨나 한다는 어떤 오빠가 "에이 이건 히라스구만" 하더라.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 존재를 몰랐었다. 그 말을 들으니 맛나게 먹던 회의 맛이 반감되는 기분이었다. 따지진 않았지만 그 횟집은 가기가 꺼려졌다.

방어와 부시리는 눈으론 쉽게 구분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꼭 알아야겠다면 '방어와 부시리의 구별법'을 소개한다. ①방어는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의 끝이 거의 일치한다 한다. ②방어는 입꼬리(주상 악골)가 뾰족하단다(부시리는 둥글둥글). ③회 뜨면 방어의 살이 더 붉단다. 전엔 '몸통 중앙 노란선이 진하면 부시리'란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건 왔다갔다 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 한 것은 여름엔 부시리가 더 맛있다고 한다. 15~18℃ 비교적 낮은 수온이 맞는 방어와 18~22℃ 정도 비교적 따뜻한 수온이 맞는 부시리의 영향인지 모르겠다만. 지금처럼 '추워지면 방어철'이라는 인식 전엔 제주도도 부시리를 한수 위로 쳤다고 한다. 잡히기도 더 어려웠고. 그러나 겨울만 되면 너도나도 방어를 찾는 탓에 값이 오르고(대략 30% 점프한단다) 이에 비교적 싼 부시리가 방어로 둔갑하기도 한단다. 참고로 맛을 비교하면, 방어가 더 부드럽고 부시리는 더 쫀득하다고 한다. 결국 누가 더 맛있냐는 개인 차이인 듯하다.

모르고 먹으면 모를 이 생선들의 미묘한 관계에서 인간사가 떠오른다. 진짜 친구인 줄 알았는데, 겉으론 분명 내 사람이 맞았는데, 막상 들여다보면 아니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그런 친구였다면 그 실체를 모르는 게 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모르고 먹으면 부시리도 너무 맛있다). 또 내가 진짜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일들이 다른 누군가에겐 그 반대일 수도 있다(부시리 입장에서는 방어가 짝퉁이다).

얼마 전 '진짜보수', '보수대통합'을 표방하며 탈당한 바른정당 前 의원들도 같아 보인다. 떠난이나, 남은이나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우리가 진정한 방어여~ 저기가 히라스라니께' 10개월 전, 한국당 탈당 때도 진짜 보수를 위한 길을 가겠다더니, 복당 때도 같은 소리다. 글쎄다. 지금이 겨울인지라 방어지. 여름이 되면 어찌 뒤바뀔지 모를 일이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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