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오 청주시 서원구청장
[투데이포럼]

요즘, 정치권이 뜨겁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건설재개와 탈(脫) 원전 정책을 권고한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여야 정치인 간의 동상이몽(同床異夢)식 해석 때문이다. 찬성하는 측은 국민의 뜻을 담은 숙의민주주의의(熟議民主主義)의 결과로 이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고, 반대하는 쪽은 위법적 절차로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에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는 주장이다.

필자가 신고리 공론화 문제를 꺼내든 것은 그 결정의 옳고 그름이나 적법성 여부를 논(論)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은 여·야 정치권의 유·불리(有·不利)와는 별도로 국가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민적 알권리를 충족시키는데 기여했고 반향(反響)도 컸다. 국민들은 공론화 이전에 비해 탈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훨씬 더 높아졌고,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하게 됐다.

그런데, 최근 공론화 문제가 왜 화두가 됐을까. 그동안 정부에서 하는 일에 대한 '공론화'는 없었나. 그렇지 않다. 중앙이나 지방정부에서 각종 정책결정이나 대규모 사업을 시행할 때마다 공론화 과정을 어김없이 거쳤다. 공청회, 여론조사, 심지어 타운미팅 등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어왔다. 그러나 문제는 일방통행방식 이었다는 점이다. 주최가 관(官)이든, 민(民)이든, 찬성 측이든, 반대 측이든 자기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만을 모아 여론을 조성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곤 했다.

공론화 과정에서 찬성 측과 반대 측은 패널(panel)의 구성에서 방청객에 이르기까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배제하기 일쑤였다. 그것은 정부든, 민간이든 마찬가지다. 그들만의 리그였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합의는커녕 결과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일반시민들은 그 내용이 무엇인지조차도 모르고 목소리 큰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방관하는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이번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의 경우는 '공론화'의 좋은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높이 평가하고 싶다. 비록 세 달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각계각층의 시민 471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은 전문가의 강의와 인터넷 강좌를 통해 내용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었고, 치열한 내부토론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순회토론회, 4차례의 여론조사를 거쳐 결론을 도출했다. 그리고 이견(異見)은 있지만, 결과를 존중하는 사회적합의도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지역마다 정책의 목적이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공론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지 못해 사업이 표류하거나 불필요한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키는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혐오시설의 설치나 대규모 도시개발사업 등 중요한 정책의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의 활동 모델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 싶다.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면 자치입법을 통해서라도 지역의 실정에 맞고 많은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공론화의 틀을 마련해야겠다.

또 투명한 공론화 과정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론화의 결과를 수용하는 '사회적 합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 결과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공염불(空念佛)에 불과할 따름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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