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도교육감
[투데이포럼]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새해 첫 날 한해의 계획을 오지게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분주히 살았을 우리 자신에게 가을은 짧게 주어지는 자연의 선물이다. 먹을거리, 볼거리 풍성함을 전해주며 가을은 결실을 축하하고, 올해가 가기 전 멋들어진 인생샷 한 컷 남길 수 있고, 나 자신을 위로하는 축제가 여기저기서 열린다. 축제는 주로 공공기관이 지역민을 위해,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저 사람들은 구경꾼이 되어 축제의 여기저기를 벼 이삭 메뚜기 옮겨 다니듯 다양한 이름의 축제를 섭렵하게 된다.

이번 주는 국화축제, 사과축제. 다음 주는 억새축제, 단감축제…. 시끌시끌한 장터마당에서 음식도 먹고, 잘 꾸며진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고 돌아오지만 이런 축제는 다녀온 뒤 헛헛한 마음이 든다. 투박하지만 정감이 있고, 소박하지만 아기자기한 축제. 옆집 아저씨가 기타를 치고, 뒷집 아들내미가 춤을 추고, 앞집 경희엄마가 부침개를 만들어 함께 먹는 그들만의 축제를 펼치는 곳이 있다.

자식교육 이야기도 하고, 우리 동네 현수막 치우는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곳, 바로 마을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축제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예전 대가족 시대에는 신경쓰지 않았던 이 말이 핵가족화, 개인·이기주의의 팽배,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지금 꼭 필요한 말이 되고 있다.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데 마을이 함께 하자는 것이 마을교육공동체이다. 우리가 말하는 마을은 예전처럼 한 동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아파트 단지가 마을이 되고, 우리 면이 마을이 되기도 한다.

마을교육공동체는 교육의 책임을 학교에만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 아이들의 교사, 친구, 관찰자가 되어 공교육의 권한과 책임을 나누고 공공기관, 사회단체, 기업, 크고 작은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방관자가 아니라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또한 마을은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학교뿐만 아니라 마을의 자연, 사회와 역사, 자연스런 삶에서 배움이 일어나는 교육적 기회와 공간으로 마을도 학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동네 빵집은 생활 속 체험처가 되고 주인아저씨는 마을교사가 되는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준비하는 우리의 미래이다. 학생이 없는, 청년이 없는 마을은 언젠가 사라져버린다. 전국 228개 지자체 중 3분의 1 이상은 30년 후 없어질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 지역에서 배우고 자란 아이들이 주인(시민)으로 성장해야 한다.

2016년 10월 충청남도와 교육청은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상생협력으로 지속가능한 ‘충남형 마을교육공동체’ 실현을 약속했다. 이후 학교 속 마을, 마을 속 학교인 충남형 마을교육공동체사업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2017년 논산시, 당진시, 아산시, 부여군, 서천군, 청양군, 공주시가 교육청과 함께 지역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학부모, 지역사회와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협력을 통해 상생 발전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충남행복교육지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마을축제 지원, 마을교사제운영, 학교협동조합 설립 운영, 마을교육과정 운영 등으로 온 마을이 배움터가 되고, 그곳이 삶의 터전이 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학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즐기는 소통과 화합의 장, 구경꾼이 아닌 참여자로 커 갈 수 있는 마을축제.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하는 삶이 있고, 이야기가 되는 마을축제는 우리가 지향하는 충남형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교육의 현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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