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
[아침마당]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국내외 후속조치들을 살펴보며, 수없이 되뇐 말이 있다. 유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최상의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올바른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고의 원인은 기술적, 제도적, 문화적 측면에서 매우 복합적이지만, 결국은 과학기술 지식을 무시하고 중요한 의사결정들이 이뤄진 데 있다. 그 예로 후쿠시마 원전 건설 당시 적용된 지진과 쓰나미 설계 기준은 우리나라 고리 원전의 기준보다도 낮았다.

필자가 원자력 안전과 관련해 "올바른 일을 제대로 하자"(Do the Right Things Right!)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것은 2012년 국제원자력기구 (IAEA) 학술회의에서였다. '올바른 일을 잘 찾아내는 것'과 '이를 제대로 해내는 것' 모두 중요하다는 점을 나타내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는 '제대로' 이행하는 것에 초점을 더 맞추었다. 세계 각국의 후쿠시마 사고 후속조치들이 서로 유사했기 때문에, 실제 안전성 향상 효과는 이것들을 어떻게 이행하느냐에 달려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잘 찾아내지만, 일부는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대충하는 경향도 있어 이를 경계하려는 의미도 있었다.

최근에는 원자력 안전에 대한 논의에서 '올바른' 일의 중요성이 쉽게 무시되는 점을 더 우려하고 있다. 원자력 안전 문제는 기본적으로 최상의 지식을 활용해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해결해야 한다. 잘못된 지식에 근거한 의사결정은 엉뚱한 곳에 자원을 낭비하도록 만들 뿐만 아니라, 실제로 필요한 일을 못하게 한다. 또한 잘못된 의사결정의 피해는 바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상식이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원자력 안전 이슈에 있어 과학기술적 근거가 쉽게 무시되거나, 일부의 비과학적 주장이 사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지나치면, 자칫 안전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결보다 정치적 해법을 찾는 데만 몰두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안전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 중 하나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수립된 안전 기준에 대한 존중이다. 이 기준을 무시한다면 안전 이슈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이 합당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소모적인 논쟁과 정치적 타협만이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광범위한 자료와 수많은 과학적 연구결과로 확립되고, 새로운 지식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보완되는 원자력 안전기준이 쉽게 폄훼되어서는 안된다. 작업자에 비해 훨씬 안전하게 설정된 일반인 안전기준은 더욱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렇다면 올바른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필수적인 최상의 과학기술 지식은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대표적으로 안전 연구와 원자력 시설 운영경험 분석을 통해 관련 지식을 확보할 수 있다. 잘못된 지식은 그릇된 판단을 유발하므로, 최고 품질의 연구개발과 운영경험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적극 장려되어야 한다. 다행히 원자력 안전 분야의 글로벌 협력이 매우 활발해, 사이비 연구자나 사이비 지식이 국제적으로 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편, 확보된 최상의 지식은 쉽게 이해되고 응용될 수 있는 형태로 사용자에게 제공되고, 사용자는 이를 정직하게 이용해야 한다.

"올바른 일을 제대로"는 원자력 안전뿐만 아니라 다른 안전 문제와 일상생활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최상의 지식과 정보가 존중되고 합리적인 토론이 더욱 보편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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