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창호 전 부여군 부군수
[투데이포럼]

지금으로부터 1000여 년 전, 김개인이라는 사람이 개를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 외출할 때도 늘 같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장에 다녀오던 그가 술에 취해 잔디밭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런데 들불이 나서 불길이 점점 다가왔다. 개가 주인을 깨우려 했지만 일어나지 않자 근처 개울물로 뛰어들어 온몸에 물을 적신 후 주인 주변을 적셨다. 그렇게 수십 번을 반복한 끝에 주인을 구했지만, 개는 너무 지치고 불에도 데어서 죽고 말았다.

잠에서 깨어난 김개인은 개의 충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개의 무덤을 만들고, 지팡이를 꽂아 표시를 해 두었는데, 지팡이에서 싹이 돋더니 점점 자라 큰 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개오(獒), 나무 수(樹)를 써서 오수라 불렀다. 전북 임실군 오수면의 지명 유래다. 오수면의 후세 사람들이 이 개의 동상을 세웠는데 '의견상'이다. 의견공원에는 외국의 의견상들도 있는데 스위스 알프스에서 12년 동안 조난자와 실종자를 40여 명이나 구한 개 '베리'와 1856년 주인 무덤을 14년간이나 지키다 죽은 영국의 '보비', 미국의 알래스카 오지에서 디프테리아가 발생했을 때 영하 50℃의 눈보라 속을 썰매를 끌고 1100㎞나 떨어진 앵커리지까지 가서 의약품을 싣고 와 1000여 명의 목숨을 구한 '발토'의 상이다. 지금도 개가 지진이나 산사태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서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애견 수는 350여만 마리로 추정되고, 애견인 수도 1000여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길거리나 등산길에서 개를 안고 다니거나 데리고 다니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집에서 기르던 진돗개에게 할머니가 물려서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더니, 근래에는 유명 음식점 여사장이 이웃집 반려견에 물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전신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간혹 등산길에서 목줄이 풀린 큰 개를 만나면 두렵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우리 개는 순해서 물지 않는다"고 하는데, 개가 주인에게나 순하지 낯선 사람에게도 순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개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에 이르는 일이 2100여 건이나 된다고 한다. 누구나 주의를 해야 할 일이고, 제도적으로도 안전대책이 요구된다 하겠다. 음식점 여사장이 사망에 이른 사건의 경우 견주에게 고작 과태료 5만원을 처분했다니, 이는 제도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외국의 경우는 개의 관리도 아주 철저하지만, 사람이 사망에 이르면 견주를 징역형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애견 수와 애견인들이 늘어나는 만큼 개로부터의 사람들 안전대책도 현실화돼야 한다. 목줄 없이 개를 데리고 다니거나, 맹견인데도 입마개를 하지 않고 데리고 다닐 경우는 견주를 보다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애견인들에 대한 일정시간 개 관리 소양교육도 필요하다. 개보다는 인명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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