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제환 충남고등학교교장
[투데이포럼]

충남고등학교 소나무홀(대강당) 출입구 옆에 ‘학연후지부족(學然後知不足)’라 쓴 액자가 있다. 글의 뜻은 '배운 연후에야 부족함을 알 수 있다'이다.

지난 어느 체험 연수에 갔을 때 한 강사분이 화면에 맛있게 보이는 짬뽕 한 그릇을 보여주며 "맛있게 생겼지요?"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일제히 “예 맛있게 생겼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이 “먹어봐야 맛을 알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먹어보지 않으면 그 맛을 알지 못하고, 훌륭한 진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배워보지 않으면 그에 대한 진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더구나 교사는 열심히 가르친다고 열강을 하지만 정작 공부에 전념할 학생이 알아듣지 못하면 허공의 메아리일 수밖에 없다.

교육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사자성어 중에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이 있다. 교직에 들어온 지 40여년이 지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나에게 정말 딱 맞는 글인 것 같아 옆을 지날 때마다 다시 한 번씩 새기고 지나가는 글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많은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자랑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수학을 좀 더 재미있게, 이해하기 쉽게 사례를 들여 설명해주고, 흥미를 갖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많이 부여해서,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가르쳐온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부족한 나 자신이 겹쳐지면서 갈수록 부족함을 느끼며 공감하는 말이다.

한참 수학문제풀이에 열중하던 10년 전까지 만해도 다양한 문제들을 많이 풀어보고, 그 중에서 좋은 문제라고 생각한 문제들을 선별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며 수업하던 적이 있었다. 다양한 사례의 문제를 유형별로 분류해서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수능에 적응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양 자만했던 시절이다.

우리 속담 중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공부라는 것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위대하신 공자님도 가죽으로 묶어 놓은 역경의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열심히 반복해 읽으셨다니 말이다.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임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러나 요즈음 젊은이들은 재미가 없으면 쉽게 심취하지 못하고, 때로는 뛰어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일단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재미있는 동기 유발이 필요하고, 다양한 인터넷의 지식과 정보의 홍수시대에 적절하게 학생들과 소통하며 필요한 것들을 서로 배우고 익혀야 한다. 그렇다고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움츠리거나 위축되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배울수록 고개 숙인 볏목아지처럼 겸손하게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즈음 학교에는 학생 수 만큼의 민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오로지 나와 관계되는 것만 보이고, 조금만 넓게 생각하고 옆의 친구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겸손과 양보와 베푸는 인성이 필요한 시기에 ‘내가 정말 잘났네’라 하며 자만하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학생들의 입맛에 맞추어 준비하는 교사들의 마음가짐으로 부족함을 채워가며 함께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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