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메리야스. 무명실이나 털실을 씨실과 날실로 코를 엮어서 만든 속옷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원래 신사는 메리야스를 입지 않고 와이셔츠를 입는 법이지", "십여 년 전 만해도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메리야스를 선물하는 관습이 있었지." 발음을 들어보면 분명 우리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영어일까. 이 역시 아니다. 스페인어 혹은 포르투갈어다. 어찌해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가 한국에 와서 속옷의 명칭을 평정했는가.

'메리야스'는 20세기 초 개화기 때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알려진다. 아마도 스페인 선교사에 의해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때는 속옷을 칭하지 않았다. 스페인어로 'medias', 포르투갈어로 'meias'다. 뜻은 양말, 일종의 스타킹이다. 'd'와 'L' 발음이 바뀌어 다르게 발음되면서 '메리야스'가 되었다. 더욱이 '양말'이 아닌 '속옷'을 가리키는 말로 불려졌다. 당시 우리에게 버선이 있었지만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서양식 양말은 없었다. 그런데다 버선과 서양식 양말은 형태상 많이 차이가 나 버선을 '메리야스'라 하기 에는 아무래도 2%가 부족했다. '메리야스'라는 용어를 어떻게 하든 사용하고 싶은 욕망에 당시 마땅한 고유 명칭이 없던 속옷이 얻어걸렸다. '메리야스'가 속옷의 고유 명칭으로 자리 잡게 된 연유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사람들이 일컫는 '양말'을 우리는 '속옷'으로 일컫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메리야스를 '모따시아오(莫大小)'라 했다. '莫'가 '없다'는 뜻이니 '莫大小'는 '크고 작은 것이 없다'는 의미다. 메리야스가 신축성이 좋고 부드러워서 입는 사람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들어 입는데 체격의 차이가 크게 문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도 메리야스처럼 신축성과 유연성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치가 되게끔 말이다. 늘 우리 정치는 반쪽짜리, 그것도 협의는커녕 타협조차 몰라 평행선을 아니, 극과 극을 달리니 참 한심스런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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