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10〉말할수 있다면-2편

▲ 19일 대전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승준이가 산소호흡기를 쓴 채로 침대에 누워있다. 홍서윤 기자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일지라도 때로는 모르는 게 나을 때가 있다.

국내 첫 번째 아동 폼페병 환자인 승준이(15)는 태어난 지 7개월이 되던 때부터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생활 중이다. 아직까지는 증상을 확연히 호전시킬 수 있는 치료법은 없고 2주에 한 번씩 3박4일간의 효소치료로 현상을 유지하는 정도다.

승준이의 곁을 지키는 사람은 할아버지, 어머니, 두 명의 여동생뿐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승준이 곁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의 의료비를 감당하려 치킨가게를 운영했었으나 부도처리됐고 한때 친구 가게에서 주방 보조를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의료비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아버지는 어느날 집을 나갔고 이후로 연락이 끊어졌다.

과연 아이를 뒤로하고 떠난 아버지는 부담을 벗어던지고 행복하기만 할까. 그리고 남겨진 승준이는 아버지의 부재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말하지 못할 뿐이지 승준이가 가족의 존재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름을 불러오는 조그맣고 낮은 목소리, 슬그머니 손을 잡아오던 아버지의 거친 손바닥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 선희 씨는 “말은 못하지만 승준이가 자기 아버지를 참 좋아한다는 게 눈에 보였다”며 “어느날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승준이가 혹시라도 속으로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미어진다. 떠난 사람이라고 아픈 자식을 두고 온 마음에 편안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승준이는 근력이 감소하고 근육이 위축돼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다. 어머니는 24시간 아동의 곁을 지켜야만 한다. 일할 시간이 없는 어머니와 연로해 별다른 일을 할 수 없는 할아버지, 자연히 아동 치료비는 매달 매달이 밀리고 쌓인다. 승준이는 혼자서 호흡할 수도, 혼자서 식사를 할 수도 없어 이 모든 것을 기계에 의지한다. 면역력이 약해 기계에 들어가는 모든 교체부품은 1회용 위생용품을 사용하고 식사도 1회용 주사기를 써서 위에 직접 주입하고 있다.

승준이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물품 비용은 월 평균 족히 100만원 이상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다른 치료는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그나마 꾸준히 해오는 것은 24시간 침상생활로 생긴 욕창과 근육강직을 해결하기 위한 물리치료 정도다. 이마저도 비용이 비싸 하루를 거르고 또 하루를 걸러야 할때도 있다. 어머니는 점점 무거워지는 자신의 어깨를 승원이만은 몰라주기를 바란다.

<27일자 1면에 3편 계속>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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