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범 대전 대덕구청장
[투데이포럼]

6·25 한국전쟁 때 일화다. 유엔(UN, 국제연합)은 1951년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연합군을 추모하기 위해 부산에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를 조성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52년,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아이젠하워를 비롯한 각국 유엔 사절들이 이곳을 참배하기로 했는데 한겨울인 데다가 조성한 지 얼마 안 된 묘지는 황량한 상태라는 게 걱정이었다. 이에 미8군 사령부는 한국 측에 ‘푸른 잔디’를 입혀달라는 요구를 했는데 아무도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다소 황당하고 불가능하기만 했던 요구는 단 한 사람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해결된다. 바로 당시 현대건설을 설립한 지 얼마 안 됐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잔디 대신 낙동강변 보리싹을 심어 이를 말끔히 해결한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할 때 고 정주영 회장은 “미군이 요구하는 것은 잔디가 아니다. 파란 풀이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것이다. 그를 한국 역사에 남을 빼어난 사업가로 칭송하는 것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여러 일화 덕분일 것이다.

정용기 국회의원과 대덕구가 제기한 갑천도시고속화도로 무료화 이슈가 뜨겁다. 갑천도시고속화도로는 일단 탄생부터가 문제가 있었다.

대전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다가 1990년대 말 IMF 사태 이후 사업비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지난 2004년 개통한 도로다. 일단 구간이 매우 짧고, 최근 BRT 개통과 주변 도로 여건 변화로 사실상 고속화도로의 의미까지 퇴색되며 통행료 부과에 대한 타당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도로다. 시민들이 이런 불편을 감수하며 낸 통행료로 갚고 남은 빚이 아직도 1500억여원 정도. 2031년까지 이러한 행태가 지속해야 하는 실정이다.

유료도로를 피하려는 차량들이 원촌교 일대로 빠지면서 나타나는 출퇴근 구간 정체, 그리고 만년동 일대의 정체로 사실상 유료도로의 의미를 잃은 도로에 앞으로 14년 동안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이 옳은지는 굳이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다.

특히 오정동에서 신탄진 방향을 주로 이용해야 하는 대덕구 주민들은 이 짧은 구간의 통행료 부과에 대해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태다.

새로운 분권 시대 지방정부의 역할은 주민들이 겪는 불편에 대한 개선 요구가 구체화되고 강력해지기 전에 선제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사업자와의 계약관계, 잘못됐던 과거의 실수와 오류를 그저 한탄만 하고, 안 된다고만 하는 것이 지방분권시대와 지방행정 신뢰성과 공공성 측면에서 과연 타당한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용기 국회의원이 발의한 ‘유료도로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해서도 여론과 지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 개정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대전시가 아닌 국토부가 새로 설립을 검토하는 ‘민자도로감독원’이 운영자인 대전천변도시고속화도로㈜와 협상에 나서 통행료 감액 또는 폐지 등을 요구할 수 있고 사업자와의 협상 및 계약을 맡아 계약 해지 시 발생하는 위약금과 채무변제의 의무가 사라지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대전 북부권 주민들의 불편 사항인 공항버스 이용에 대한 문제도 이 같은 시각으로 접근하려 한다.

아울러 경부고속도로 대전나들목 만남의 광장 부재와 법동 송전탑 존치 문제, 대청공원 주차장 부족 등 조성 당시 근시안적 행정으로 인한 주민 불편 사항도 불가능을 앞세우기보다 가능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모두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불가능의 이유’를 따지기보다 ‘가능한 조건’을 찾아야 하는 게 먼저다. 그것이 바로 지방정부의 존재 이유이자 시민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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