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박 대전시 안전정책과장
[투데이포럼]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의 한가운데로 접어들었다. 나뭇가지 끝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고 옷소매로 파고드는 서늘한 바람은 가을의 완숙미를 더해가고 있다. 바쁘게 달려온 이들은 그 삶에 보상을 받으려는 듯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단풍을 만끽하러 여행을 떠나는 발길들도 분주하다.

하지만 가을철은 높아진 하늘 만큼이나 교통사고 또한 높아지는 계절이다. 단풍놀이, 지역축제, 수학여행 등으로 전세버스 이용, 장거리 운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과속 등은 해서는 안되는 교통안전의 가장 기본원칙 임에도 사람들은 이를 간과해 버린다. 세월호 사고 이후로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느슨한 안전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4292명중 9~11월에 1231명(28.7%)이 사망해 가을 행락철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툭하면 망각병이 도져 대형사고의 기억들을 잊어 버리고 산다. 언제 그런 사고가 있었느냐는 듯 ‘그냥 내버려두자’, ‘나는 괜찮겠지’라는 식의 안전불감증은 뫼비우스의 띠와 같아서 한번 갇히면 벗어나기 힘들다. 중용에 담긴 기차지곡(其次致曲) 곡능유성(曲能有誠)이라는 어구는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이 말은 안전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가르침을 준다. ‘별일 있겠어’ 라고 생각하고 지키지 않았던 사소한 기본원칙이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되새겨 볼 일이다.

대전시에서는 행락철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가을 행락철 시민안전대책’을 마련하고 단 한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고심하고 있다. 특히 전세버스 안전을 위해 시, 교통안전공단, 운송조합이 합동으로 자동차 안전검사 및 보험가입 여부, 운전자 안전교육 여부 등 전반적인 안전관리 실태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으며, 가을 산행 인파가 많아짐에 따라 산악사고 발생에 대비해 등산객이 많이 몰리는 식장산 등에 등산목안전지킴이를 전진 배치하는 등 현장중심의 대응체계를 마련해 뒀다.

문제는 사고의 원인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아주 기본적이고 사소한 것에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은 금기사항이지만 행락철 교통사고의 17.6%가 음주가 원인일 만큼 잘 지켜지지 않는다.

몇 년 전 김해와 여수에서 수학여행을 가려던 관광버스 기사가 출발전 음주단속에 적발돼 큰 충격을 준 바 있고, 재작년 2월에는 영종대교에서 사상 최대 106중 연쇄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지켜야 되는 기본만 잘 지켰더라도 사상 최대의 추돌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올 가을 높아진 파란 하늘 만큼이나 우리들의 안전의식도 한층 더 높여 단 한건의 안전사고 없는 울긋불긋 단풍으로 곱게 물든 산, 가을바람에 키재듯 출렁이는 황금들판, 솜꽃모양 물결치는 억새들판 자연이 주는 그 아름다움을 만끽해 보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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