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아침마당]

'상대가 말꼬리를 자르면 돈 빼앗긴 것보다 더 기분이 나쁘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 만큼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상대에게는 호감을 느끼기 쉽지만 내 말을 가로막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힘들다.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경청은 말하는 사람에게 위로를 주는데 반면 집중력 있게 말을 듣기는 참 어렵기 때문이다. '말을 독점하면 적이 많아진다'는 격언은 그냥 생긴 말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불안전한 인간이 사회 안에서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감정, 내 말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또 '내 손톱 밑 가시가 제일 아프다'는 말처럼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자칫 세상의 모든 것이 될 수도 있다. 남이야 지금 어떤 상황이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면 그만인 일방적 소통은 관계 맺기의 장애가 될 수 있다.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라고 말했지만 강의실에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신입생들 입에 채워진 지퍼는 좀처럼 잘 열리지 않는다. 쌍방향 수업을 선호하는 필자로서는 학생의 입이 열리게 하는 것을 강의의 첫 번째 목표로 삼는다.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이 한 교실에 앉아 영어로 강의가 진행되는 것이 물론 부담이긴 할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모국어로 말하기도 힘든데 영어라니. 거기에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학생들의 입을 꾹 닫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필자 나름대로 그들의 꾹 다문 입을 열리게 하는 노하우가 있다. 나와의 강의가 끝날 무렵이면 그들은 달라져 있곤 한다. 우선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결코 잘난 척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처음 한 시간 동안 자신을 소개하게 해서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나눈다. 이때 서로 친밀감이 형성된다. 두 번째 시간에는 토론 기초에 대해 안내를 해준다. 어떻게 의견을 교환하고 건설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할 것인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때 강조하는 것은 '경청'이다. 말하기의 완성은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예의바른 청중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시간에는 학생들을 3개의 그룹으로 나눠 각각 다른 3개의 토론 주제를 준다. 고양이가 강아지보다 낫다. 가을이 봄보다 좋다. 프로운동선수들 연봉이 너무 높다. 처음엔 이렇게 쉬운 주제를 잡아야 누구든 망설이지 않고 한마디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만 곧 토론에 열기를 띄기 시작하면 필자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을 본다. 조금 전 머뭇거렸던 모습은 사라지고 기발하고 독특한 근거로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상대에게 설득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 3시간의 수업 후에는 어색함과 거부감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다. 그 다음 수업들이 더욱 흥미롭고 열띠게 진행되었음은 물론이다.

먼 이국땅으로 유학을 온 학생들이기에 더 적극적이고 도전적이며 자신만의 철학과 꿈을 확고히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처음 꽉 닫혀있던 지퍼만 열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열띤 토론과 대화가 오간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며 곧 자신감의 표현이다. 말을 안 하는 것은 답답한 노릇이지만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잘하는 것도 아니다. 핵심을 쉽고 정확하게 전달할 줄 알아야하며 목소리 톤과 빠르기 부드러운 몸짓도 모두 말하기의 좋은 조건들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화술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할 정도인데 그의 말하기에는 특별한 3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 '풍부한 말의 재료로 내 말에 집중하게 하라' 오바마는 지성인답게 누구보다 많은 정보와 화제를 갖고 있다고 한다. 둘째 '미사여구로 치장하기보다 내용이 중요하다'이다. 청중이 알아듣기 쉬운 말, 그것이 가장 큰 임팩트를 이끌어 낸다고 하다. 셋째 '겸손과 헌신적인 마음을 담아 말하라' 이다. 누구나 경험했겠지만 살면서 상대의 진심만이 늘 내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이왕이면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이 모두 즐거운 매력적인 화법을 구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 삶의 큰 재미가 될 수도 있다. 말하기의 즐거움, 어쩌면 내 삶의 행복과 관련된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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