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관 청주의료원장
[목요세평]

긴 쉼의 시간이었다. 공식적으로 열흘을 쉴 수 있는 소위 '황금연휴'였기 때문이다. 환자를 진료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우리 청주의료원은 노사 합의로 임시공휴일이었던 2일은 정상근무를 했다. 휴일 사이에 낀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환자가 많아 매우 바빴다. 그래도 직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전문직 직원들로 구성된 의료원의 특수성, 그리고 그들이 갖고 있는 '업(業)'에 따르는 사명감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에 '고맙다'는 인사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추석 명절이 있어 많은 입원환자들이 퇴원했다. 노인 환자가 많은 의료원이지만 여러 이유로 집에 못 가는 어르신들도 많다. 병이 중해서도 그렇고 갈 곳이 없는 분들도 계시다. 물론 명절 때마다 특식을 준비한다. 이번에도 송편, 과일 등을 준비해 드렸지만 못 가시는 어른들의 마음 한 구석은 허전했을 것이다. 세태가 변해 해외로, 관광지로 심지어는 골프장으로 가서 차례 상을 차린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래도 명절이면 가족이 모이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그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애써 본다.

휴일이면 가장 바쁜 곳이 응급실이다. 우리 의료원은 다행히 네 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진료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매우 높다. 그래도 바빠질 수밖에 없다 응급실 간호사 뿐만 아니라 병동 수간호사와 외래 조무사도 한 뿐씩 근무조에 편성돼 응급실과 공급실에서 근무하는 것을 보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청주의료원은 정형외과가 유명하고 환자도 많다. 수술 후 재활치료가 곧바로 시작돼야 회복도 빠르고 수술결과도 좋다. 재활치료가 안 되면 연휴 직전에는 수술하는 것이 환자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원내 논의를 통해 물리치료사들도 연휴 동안에 환자를 위한 재활 치료를 멈추지 않았다. 물리치료에 애쓰는 직원들을 보며, 또 직원들의 근무를 격려하려 병원에 나오는 팀장을 보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입원환자 회진을 위해 오는 임상과장님들,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 선생님들, 식당에서 일하시는 여사님들, 보안요원들, 장례식장 근무자들, 행정 당직자들, 이 모든 분들 때문에 의료원은 긴 연휴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환자 진료가 행해진 것이다. 심혈관센터와 신장센터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모시기 어렵다는 유능한 심장내과와 신장내과 전문의를 확보했고 센터에서 일하게 될 심장·신장 전문 간호사, 영상 기사, 초음파 기사도 공사기간에 맞춰 시설, 장비 등을 점검 및 준비하고 있다. 이번 센터 개소와 함께 진행된 내과 센터 확충 작업도 차질 없게 마치려고 이번 연휴 중에도 나와서 일해 주신 회사 직원들, 감독·감리사 등 모든 분들께도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황금연휴'라고 하지만 의료원 책임자로서 푹 쉴 수만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귀중한 환자를 돌보는 기관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벌려놓은 일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업'에 따르는 사명감으로, 육신의 아픔과 그에 따르는 정신적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에 대한 사랑을 담아 의료기관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택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준 직원 모두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마음가짐 속에 청주의료원은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의 소임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감사의 계절이다. 원장으로서 연속되는 긴장 속에서도 감사 거리가 너무 많다. 2025년에 또 이렇게 긴 '황금연휴'가 있다고 한다. 그 때는 긴장 없는 속에서 연휴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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